[사설] 워킹맘 퇴사 막을 방법 없나
[사설] 워킹맘 퇴사 막을 방법 없나
  • 신아일보
  • 승인 2019.12.0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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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워킹맘 10명 중 9명 이상은 퇴사를 고민한 적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가 어쩌면 충격적 일지도 모르겠으나 한편으로는 매우 뻔한 결과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살아가는 워킹맘들이라면 너무나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조사결과이기 때문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8월23일부터 9월6일까지 고등학생 이하의 자녀를 둔 여성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2019 한국 워킹맘 보고서’를 8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워킹맘의 95%는 퇴사를 고민한 경험이 있다. 퇴사나 이직을 고민했던 시기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워킹맘의 50.5%(1·2순위 합계), 중고등 학생 자녀를 둔 워킹맘의 39.8%가 각각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를 꼽았다. 이는 출산을 앞두고 있던 때나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냈을 당시에 비해 응답률이 높다.

하지만 워킹맘들의 일에 대한 의지는 매우 강했다. 전체 응답자의 75.1%는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희망하는 근무 기간으로는 ‘10년 이상’이 39.4%로 가장 많았다. 저출산대책을 고민하는 정부 관계자들은 이 부분을 주의깊게 들여다봐야 한다.

일하고 싶은 의지가 너무나도 강하지만 관둘 수밖에 없거나 관둬야 하는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제도부족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다수가 응답했던 것처럼 많은 워킹맘들이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점에서 퇴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에서는 방과후학교 등의 수많은 대책을 마련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 자녀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마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부모의 손이 너무나도 절실하게 필요해진다. 조부모나 형제자매 등 주변의 도움을 받아 등학교를 해결한다고 해도 학부모총회, 공개수업, 급식위생점검, 녹색어머니 등 학교를 쫓아다닐 일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필요한 날에는 학교에 얼굴을 들이밀어야 내 아이가 눈밖에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선배엄마들의 조언을 받고 연월차를 쪼개어 학교에 찾아가보지만 회사에도, 학교에도 늘 미안함을 표출해야 하는 것이 워킹맘들의 현실이다.

이에 최근 교육청에서는 일선 학교에 ‘일하는 학부모들의 편의를 위해 저녁시간 등에 총회를 진행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이도 현실성 제로다. 총회와 공개수업이 같은 날 진행되는 학교가 태반인데 공개수업을 위해 학교에 갔다가 총회를 위해 저녁에 또 오라는 것인가. 아니면 총회만 참석하고 내 아이의 학교생활을 볼 수 있는 공개수업은 포기하라는 것인가.

이런 대책들로 워킹맘들의 퇴사를 막겠다면 큰 오산이다. 그리고 둘째, 셋째 출산 또한 남얘기가 되는 게 아닐까?

[신아일보]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