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50대기업해부38] 한국GM, 경영개선 안간힘…여전히 ‘빨간불’
[신아-50대기업해부38] 한국GM, 경영개선 안간힘…여전히 ‘빨간불’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12.0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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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잠식 이후 철수설 제기·노사 갈등 지속
실적부진 면치 못하고 올 판매량 ‘꼴찌’ 관측
한국GM 부평공장 전경. (사진=한국GM)
한국GM 부평공장 전경. (사진=한국GM)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또 한 번 도약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각 기업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사업의 역량을 끌어올리는가 하면,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본지는 국내 50대 기업의 근황을 차례로 살펴보고 각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짚어본다.

올 상반기 기준 총자산 6조5600억원인 재계 52위 한국GM은 신차 출시 등 실적 개선에 힘을 쏟고 있지만, 노사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GM은 1950년대 신진공업사를 시작으로 대우그룹을 거쳐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품에 안겨 지금까지 다사다난한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변화를 맞이해 왔다. 현재도 법인분리,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가입 등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GM 자본잠식에 빠진 뒤 경영정상화에 돌입해 실적 부진, 노사 갈등 등이 이어지면서 여전히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모태부터 다사다난했던 한국GM 설립

한국GM의 뿌리는 지난 1955년 설립된 신진공업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진공업사는 설립 당시 미군 차량을 수리하는 정비업체다. 이후 1965년 일본 도요타 지분을 끌어들여 새나라자동차를 인수해 신진자동차공업으로 상호를 바꾸며 자동차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신진자동차공업은 지난 1972년 도요타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뒤 GM에 지분 50%를 넘기면서 GM코리아로 바뀌었다. 하지만 지난 1976년 GM코리아가 경영 위기에 빠지자 산업은행이 GM코리아 주식을 매입해 새한자동차로 태어났다.

새한자동차는 지난 1983년 대우그룹이 경영에 참여하면서 대우자동차로 바뀌었다. 이후 대우차는 1986년 고급 세단 ‘로얄살롱’을 시작으로 ‘르망’, ‘에스페로’, ‘누비라’, ‘레간자’ 등을 내놓으며 전성기를 누렸다. 특히 지난 1993년에는 폴란드, 루마니아, 체코,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 공장을 세우며 글로벌 경영에 힘을 쏟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999년 대우그룹이 외환위기에 따른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대우차도 2000년 1월 기업개선(워크아웃) 작업에 들어갔다. 결국 2000년 11월 대우차는 최종 부도처리된다.

이후 GM이 지난 2002년 대우차를 인수하고 사명을 GM대우로 바꾸면서 한국GM이 탄생했다. GM대우는 지난 2011년 한국GM으로 사명을 바꾸면서 차량들에 쉐보레 엠블럼을 부착하기로 했다.

한국GM의 지분은 올 상반기 기준 GM인베스트먼츠Pty(46.1%), GM오토모티브홀딩스SL(22.4%), 산업은행(17.1%), GM아시아태평양홀딩스(9.9%), SAIC Mot Cop. Ltd.(4.5%)가 각각 소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한국GM에서 분리돼 올해 1월 공식 출범한 신설 연구·개발(R&D)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지분도 동일한 비중으로 소유하고 있다. GM아시아퍼시픽지역본부의 경우 GM아시아LLC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GM아시아퍼시픽지역본부는 올 상반기 GM의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을 수입·판매하는 한국법인 캐딜락코리아의 바뀐 사명이다.

한국GM의 지분은 GM인베스트먼츠Pty, GM오토모티브홀딩스SL, 산업은행, GM아시아태평양홀딩스, SAIC Mot Cop. Ltd.가 각각 소유하고 있으며, 신설 연구·개발(R&D)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지분 비중도 이들이 모두 동일하게 갖고 있다. (이미지=공정거래위원회 재구성)
한국GM의 지분은 GM인베스트먼츠Pty, GM오토모티브홀딩스SL, 산업은행, GM아시아태평양홀딩스, SAIC Mot Cop. Ltd.가 각각 소유하고 있으며, 신설 연구·개발(R&D)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지분 비중도 이들이 모두 동일하게 갖고 있다. (이미지=공정거래위원회 재구성)

 ◇노사 갈등에 철수설까지

한국GM은 모태부터 설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화를 거듭하며 다사다난한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변화를 거듭하는 가운데, 실적 악화, 먹튀설 등을 겪으며 한국 자동차 업계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GM은 GM대우 출범 당시 내수 시장 3위를 차지하며, 안정적인 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모기업인 GM이 2009년 6월 파산보호 신청을 하며 GM대우도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내수 3위 자리도 잃게 됐다.

이후 한때 내수 3위 자리를 되찾으며 실적 개선을 이루는 듯 했지만, 지난 2014년부터 5년간 4조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에는 자본총계(86억7000만원)가 자본금(1663억원)을 밑돌면서 자본의 합이 납입 자본금보다 1576억원 적은 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이에 메리 바라 GM 회장은 2018년 2월 GM 본사의 실적을 발표하며 “한국GM이 독자생존 가능한 사업을 추구하도록 합리화 조치나 구조조정을 초래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뒤로 한국GM은 지난 2018년 4월 회사의 ‘10년 유지’를 조건으로 산은이 7억5000만달러(약 8100억원)를 출자하고, GM은 한국GM에서 받아야 할 대출금 27억달러의 출자전환과 신규자금 36억달러를 투입하는 경영정상화에 합의했다.

하지만 산은의 경영정상화 지원 결정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한국GM은 2018년 7월 법인분리 계획을 발표하고, 같은 해 10월 주주총회를 통해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설립을 위한 법인 분리를 의결하고, 같은 해 12월 GM과 산은이 신설 법인 설립 협의를 마무리했다.

한국GM은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를 통해 2018년 5월 경영정상화 계획의 일환으로 생산 배정이 확정된 차세대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새로운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제품에 대한 글로벌 차량 개발을 주도할 것이란 계획을 내세웠다.

하지만 산은은 2018년 10월 당시 주총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보고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한국GM이 기습적인 단독 주총을 열고 산은 측 대리인이 노조의 방해로 참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노동조합 측도 한국GM의 법인 분리가 GM의 한국 시장 철수로 이어질 것이란 ‘혈세 먹튀’ 의혹을 제기했다. 법인을 나눈 뒤 한국GM의 생산을 줄이고 신설 법인만 남겨둔 채 장기적으로 공장 폐쇄나 매각을 진행할 것이란 우려였다.

한국GM 본사가 위치한 인천시도 법인 분리 계획에 반대하며 한국GM에 빌려줬던 청라 시험주행장 부지를 회수하는 방안 검토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한국GM은 법인 분리가 본사 글로벌 전략에 따른 조치라며 구조조정이나 철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반발을 쉽게 잠재우지 못했다.

한국GM은 2018년 5월 전북 군산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올해 5월 인천 정비부품 물류센터도 폐쇄하면서 일각에서는 현재까지도 철수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한국GM은 올해 8월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가입을 신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원 자격을 유지하면서도 쉐보레 라인업의 수입차종 비중을 고려한 조치라는 게 한국GM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한국GM의 이 같은 변화도 한국 시장 철수의 일환 중 하나로 보고, 노조가 자사 브랜드 수입 차량에 대한 불매운동 추진을 검토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국GM은 올해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대형 SUV ‘트래버스’ 등을 미국에서 직수입해 한국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한국GM은 내년 1월 준중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를 국내에 출시하고, 오는 2023년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차세대 CUV를 출시할 예정이다.

◇경영정상화 행보, 가시밭길 예고

한국GM의 경영정상화 과정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실적 악화와 노사 갈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9일 오전 한국GM 노동조합의 전면파업 돌입으로 멈춰선 인천시 부평공장 내 차량 제조 설비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9일 오전 한국GM 노동조합의 전면파업 돌입으로 멈춰선 인천시 부평공장 내 차량 제조 설비 모습. (사진=연합뉴스)

우선 판매 실적에서 한국GM은 2002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자사를 포함한 현대·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업체 가운데 올해 내수판매 꼴찌를 기록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한국GM은 올해 들어 11월까지 누적 내수 판매량은 6만7651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8.4% 줄어든 수치다. 또 쌍용차 9만7215대, 르노삼성차 7만6879대 보다 적다.

한국GM은 앞으로 올해 남은 한 달 동안 ‘말리부’ 최대 15% 할인 등 프로모션을 통해 판매량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쌍용차, 르노삼성차도 각종 연말 구매 혜택을 내놓은 상황에서 극적인 반전을 노리긴 힘들 것으로 풀이된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사진=한국GM)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사진=한국GM)

노조와 갈등도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았다. 노조가 강성 성향의 지부장을 택하면서 내년에도 노사 갈등은 고조될 전망이다.

한국GM 노조는 11월25일부터 12월3일까지 1·2차로 나눠 제26대 노조 지부장과 임원 선거를 실시하고, 강성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성갑 신임 지부장을 선출했다. 김 신임 지부장은 한국GM 국내 공장을 미국 GM의 친환경차 생산기지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이외에도 부평2공장·창원공장 발전 방안 마련, 임금인상, 단체협약 원상회복, 정년연장, 조합원 처우개선 등을 공약했다.

현재 노사 간 대립하는 사안이 쌓여가면서 내년에도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신임 지부장은 지난 1986년 대우차에 입사해 각종 투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세 차례 구속 수감되고, 두 번의 해고를 당한 뒤 복직한 경험이 있을 만큼 강성 성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GM 노조는 올해 7월부터 3개월 동안 사측과 임금협상 단체교섭을 벌였지만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새로운 집행부에게 넘기게 됐다. 앞서 노조는 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지난 8월20일부터 한 달 이상 부분·전면 파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외에도 금속노조 한국GM 부평비정규직지회는 사측을 비정규직 노동자 죽음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하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1월30일 한국GM 부평공장 도장부 사무실에서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 A 씨가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진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지난 10월 인천 부평구 본사에서 임원과 팀장 등 간부를 대상으로 한 긴급 경영현황 설명회를 개최하고 “회사의 미래는 소비자, 투자자 등과 성실한 약속 이행으로 신뢰를 빠르게 회복하는 데 달려있다”며 “이를 위해 수익성 개선을 중심으로 회사 목표 달성에 전 직원의 동참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