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소재 연극·뮤지컬
독특한 소재 연극·뮤지컬
  • 최경녀기자
  • 승인 2009.03.1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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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환경 극복 ‘바람몰이’
‘자유’‘스트레스’‘동성애’‘자살’등 독특한 발상 신선함으로 무장한 소극장 공연들 관객에게 어필 레퍼토리가 이거나 저거나 비슷한 로맨틱극, 통속극, 흥행을 검증받아 장기공연 중인 작품보다 서툴고 불완전한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자유’ ‘스트레스’ ‘동성애’ ‘자살’ 등 독특한 발상과 신선함으로 무장한 소극장 공연들은 관객에게 어필하기에 충분하다.

널찍한 무대, 화려한 소품, 유명배우들 대신 무대와 호흡이 가능한 200석 남짓한 객석, 실험성이 깃든 단출한 무대, 흡인력 지닌 연기로 보는 이들을 끌어당긴다.

마니아들이 주관객이던 공연을 대중으로 확산하는 공연도 많아지고 있다.

연극 ‘아일랜드’도 그 중 하나다.

언론과 집회의 자유가 박탈되고 인간보다 우월한 기계가 인간들을 통제하는 미래의 어느 시점이 ‘아일랜드’의 배경이다.

연극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는 ‘자유’에 물음을 던진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의 존재가 부재인 상황은 관객들마저 혼란스럽게 만든다.

‘아일랜드’는 1974년 아돌 후가드와 존 카니, 윈스턴 쇼에 의해 태어났다.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비인간적인 인종차별 문제, 인권 문제를 다뤘다.

77년 윤호진 연출이 만든 한국 버전은 우리나라의 시대상황과 맞물려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후로도 극단과 대학연극의 주요 테마로 꾸준히 무대에 올라왔다.

2009년 연극은 배경을 가까운 미래로 옮겨왔다.

관객들에게 좀 더 친절히 다가가기 위해 원작이 말하는 흑백 인종갈등 대신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의 부재 상황을 보여주며 현재 그것들의 존재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짚는다.

알게 모르게 현대 사회에도 만연한 개인의 양심과 집단의 부당한 억압 사이의 갈등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한 번 웃고 잊히는 연극이 아니다.

강한 여운을 남긴다.

‘아일랜드’는 4월5일까지 서울 대학로 SM아트홀에서 계속된다.

스타 배우 하나 없지만 소리 소문 없이 관객을 모으고 있는 연극이 ‘강철왕’이다.

지난 6일부터 관객들의 요청으로 앙코르 공연에 들어갔다.

악랄한 짓을 일삼으며 성공한 아버지 ‘성국’의 성화에 못 이겨 열처리 공장에 취직한 ‘왕기’다.

성국이 자동화시스템 설비를 들여오면서 노동자들을 해고하자 반발한 노동자들은 왕기를 인질로 잡아 열처리로에 가둔다.

성국과 해직자들이 협상을 하는 사이 열처리로가 작동해 버린다.

왕기는 70분 동안 갇혀 있게 되지만 타 죽지 않는다.

몸이 강철로 서서히 변해가는 이상 징후만 나타날 따름이다.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시티에서 계속된다.

‘동성애’ ‘유괴’ ‘살인’ 등 충격적 소재들의 뮤지컬 ‘쓰릴 미’도 마니아 공연으로 출발해 관객 저변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2007년 초연 때만 해도 한국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는지 고민이 컸던 뮤지컬이다.

1924년 미국 시카고에서 니체의 초인론에 심취한 19세 법대 졸업생 네이슨 레오폴드와 리처드 로브의 14세 소년 살인 사건이 바탕이다.

그러나 뮤지컬 ‘쓰릴 미’는 끔직한 실제 사건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두 남자의 관계를 통해 사랑과 인간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언제 어디서든 있을 법한 관계이며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90분 남짓한 공연 시간 동안 두 명의 배우는 연인 혹은 공모자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향한 애정과 증오, 현실에 대한 불안과 공포 등을 표현한다.

복잡하고 극단적인 인간 내면이 밀도 높게 그려진다.

김우형, 강필석, 김산호 등이 출연한다.

5월24일까지 신촌 더 스테이지에서 공연한다.

17일 무대에 오른 ‘기발한 자살여행’도 독특하다.

수차례 파산으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세탁소 사장, 시대가 변해 일자리를 잃고 아내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육군 대령, 우울증 환자, 남편의 폭력에 피투성이가 된 주부, 폐가 망가져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남자 등이 자살하려고 떠난 여행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삶의 희망을 얻어 돌아온다.

우연히 서로 알게 된 이들이 버스 한 대를 구해 집단 자살여행을 떠나 산전수전을 함께 겪고 좌충우돌 모험을 하는 동안 우울했던 영혼들이 치유되고 삶의 욕구가 다시 꿈틀거리는 과정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성기윤, 임강희, 김성기, 정상훈, 김민수, 양꽃님, 정주영, 이영윤, 하강웅 등 자살 희망자 12명이 무대에 선다.

4월19일까지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