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계층 정체가구 75.5%… 계층이동 거의 없어
우리나라 계층 정체가구 75.5%… 계층이동 거의 없어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9.12.0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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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가구 계층 이동성 분석… 일자리 확대 등 필요
가처분소득 기준 전년 대비 이동 계층 이동 분석 결과. (사진=한국경제연구원)
가처분소득 기준 전년 대비 이동 계층 이동 분석 결과. (사진=한국경제연구원)

우리나라 계층 정체가구 비중이 75.5%로 늘면서 한동안 계층이동은 거의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가구를 상위층, 중산충, 하위층으로 분류했을 때 신분 상승이나 하락 없이 현 계층 상태를 유지하는 가구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러한 내용은 담은 ‘가구 특성별 중산층 비율 및 가구 계층 이동성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경연은 한국보지패널조사의 가장 최근 자료인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데이터를 사용해 우리나라 가구의 계층 이동성을 분석했다.

계층 이동성은 가구를 가처분소득(개인소득 중 소비·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을 바탕으로 상위층, 중산충, 하위층으로 분류해 계층 간 이동이 일어나는 빈도를 의미한다. 

한경연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2년 동안의 정체 가구 비중은 73.2%였으나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75.5%로 비중이 늘었다.

또 1년 동안의 계층 이동성에서는 계층 정체 가구가 75.7%에서 80.8%로 늘었고, 3년 동안의 계층 이동성에서는 70.7%에서 73.4%로 정체 가구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3년간 추이를 볼 때 10가구 중 7가구 이상은 계층이동이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정체 가구 증가로 계층 이동성은 하락했으나 2017년 계층 상승 비율(11.5%)과 계층 하락 비율(13.1%)의 격차는 크지 않아 이동 방향성 측면에서는 비관적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중산층에서 하위층으로 계층이 하락한 비율(13.1%)이 있으나 중산층에서 상위층으로 계층이 상승한 비율(11.5%)과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크게 비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다수가 차지하는 계층인 중산층의 경우 2017년 기준으로 남성 가구주의 비율(60.6%)이 여성 가구주 비율(53.8%)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주 교육수준 기준으로는 고졸 가구주의 중산층 비율이 66.3%로 가장 높은 반면 대학원졸 이상 학력의 가구주는 낮게 나타났다. 이는 이들이 중산층보다 상위층에 속하는 비중이 더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가구주 아버지의 학력수준별 중산층 비율에서는 2007년(父 고졸 55.2%, 父 대졸 39.4%)보다 2017년(父 고졸 62.1%, 父 대졸 55.9%)에 부의 학력에 따른 중산층 비율 편차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의 학력이 자녀세대에 미치는 영향력이 완화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가구주의 취업형태별로 살펴본 중산층의 비율은 가구주가 임시직인 경우가 72.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상용직의 경우 상류층의 비율이 높아 중산층 비율은 이보다 낮은 결과다.

한경연은 가구주의 취업형태가 상용직일 시 중산층에 속할 가능성이 40%p 증가하고 임시직일 경우는 20%p, 자영업자일 경우 14%p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위층에서 증산층으로의 상향 계층 이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시 일자리인 것으로 한경연은 봤다.

한경연은 계층 이동에 있어 일자리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정부가 일자리, 취업기회 확대에 주력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한경연 측은 “비정규직 규제 완화, 정규직 고용보호 완화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근무시간 유연화 등을 통해 가구원들이 노동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가구소득을 향상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