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회장 15년 만에 ‘용퇴’…허태수 신임 회장 추대
허창수 회장 15년 만에 ‘용퇴’…허태수 신임 회장 추대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12.0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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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용퇴 결단…“새로운 활로 찾아야 할 적기로 판단”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 주주들 간 합의 거쳐 신임 회장으로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15년 만에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허태수 부회장이 새로운 그룹 회장이 된다.

GS그룹은 허창수 GS 회장이 3일 사장단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사임을 표명했으며,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그룹의 새로운 회장으로 추대됐다고 밝혔다.

GS에 따르면 허 회장은 내년부터 GS 회장 대신 당분간 GS건설 회장으로서 건설 경영에만 전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GS 명예회장으로서 버팀목이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며, 그룹 전반에 대해 조언해 나갈 예정이다. 또 허 회장은 40년 넘는 경영 활동을 통해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GS의 글로벌 사업 확대를 도울 계획이다.

허 회장은 “지난 15년간 ‘Value No.1 GS’를 일궈내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안정적 기반을 다진 것으로 나의 소임은 다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은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리더와 함께 빠르게 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하여 GS가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솟고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기 위해서 전력을 다해 도전하는데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허창수 회장은 지난 2004년 동업관계였던 LG그룹과 잡음 없이 ‘아름다운 이별’을 성사시켰다. 또 이듬해 GS그룹이 창립하면서 지속성장할 수 있는 지주회사 중심 지배구조를 마련했다.

그는 “GS 출범 이래 숱한 역경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변화에 둔감한 ‘변화 문맹(文盲)이 되지 않도록 경계하면서 쉴새없이 달려왔다”며 “하지만 혁신적 신기술의 발전이 기업의 경영환경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고 이런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우리도 언제 도태될지 모른다는 절박함 속에서 지금이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적기로 판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GS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에 대한 공식 승계는 절차에 따라 내년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GS그룹은 2020년 새해부터 그룹 전반의 사업계획이 차질없이 수행되도록 회장직 업무 인수인계를 위한 제반 준비를 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승계는 허 회장이 이전부터 사임 의사를 표함에 따라 주주들 간에 경영 능력을 검증받고 역량을 두루 갖춘 인물이 차기 회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으며, 주주들 간 합의를 거쳐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신임 회장에 최종 추대됐다.

GS 측은 “허태수 신임회장은 탁월한 글로벌 감각과 리더십, 미래 비전 제시 능력을 보여주며 일찌감치 GS의 차기 리더로 거론되어 왔다”며 “특히 지금까지 GS가 내실을 바탕으로 한 안정된 경영을 중시했다면, 이제는 GS가 펼치고 있는 여러 사업들이 변화의 요구에 직면해 있고,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적임자로 선택됐다”고 전했다.

허태수 신임 회장은 GS 창업주인 고(故) 허만정 선생의 3남 고 허준구 명예회장의 5남이자 허창수 회장의 동생이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학석사학위과정(MBA)과 미국 컨티넨탈은행, LG투자증권 런던 법인장, 국제금융사업부장 등 해외 근무를 거치며 글로벌 감각을 쌓았다.

그는 지난 2007년 GS홈쇼핑 대표이사에 부임한 이후 내수산업에 머물던 홈쇼핑의 해외 진출과 모바일쇼핑 사업 확장 등을 잇따라 성공시켰다.

홈쇼핑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 당시 GS홈쇼핑의 수장이 된 허태수 신임 회장은 매년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급성장을 이끌었다. 취임 직전이던 지난 2006년 연간 취급액 1조8946억원, 당기순이익 512억원에 불과하던 실적이 지난해에는 취급액 4조2480억원, 당기순이익 1206억원을 기록하는 등 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모바일 커머스 시장에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해 지난 2014년 7300억원의 모바일 쇼핑 취급액이 지난해 2조원을 넘어서는 등 TV홈쇼핑에 의존하던 사업 구조를 모바일로 전환시키기도 했다.

GS 관계자는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존경이 인색한 우리나라 재계 현실에서 배려와 신뢰를 중시하는 허창수 회장 특유의 리더십과 GS그룹의 아름다운 승계 전통이 재계에 귀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