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SK이노 분쟁…中 ‘한국 인력 탈취’ 빌미 우려
LG화학·SK이노 분쟁…中 ‘한국 인력 탈취’ 빌미 우려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12.0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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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 ‘인력 빼가기’ 업종 배터리·반도체·항공 등 꼽아
“인력 유출 방지와 인재 유치의 장기적인 정책 지원 필요해”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벌인 배터리 분쟁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인력을 탈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배터리 업계 이외에도 중국의 인력 빼가기 시도는 반도체, 항공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3일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중국, 인재의 블랙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산업고도화 추진 전략인 ‘중국 제조 2025’를 추진하면서 해외 우수 인재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중국 기업들도 최근 파격적인 혜택을 내세우며 한국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

보고서는 대표적인 ‘한국 인력 빼가기’ 업종으로 배터리, 반도체, 항공 등을 꼽았다. 특히 배터리 업계의 경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법적 혼란을 이용해 한국 인력을 빼가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한국 인재들이 타깃이 되고 있다”며 “특히 핵심 기술 침해와 인재 유출 논란으로 법적 다툼을 벌이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혼란을 틈타 경쟁력이 높은 한국 전문 인력을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계 세계 1위 기업인 중국 CATL은 지난 7월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며 한국 인재를 대상으로 기존 연봉의 3∼4배를 제시했다.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도 연봉 외에 자동차, 숙소 등 조건을 제공하며 한국 인재 채용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국 최대 부동산그룹 ‘헝다(恒大)’는 올해 초 신에너지자동차 기업을 설립하고 8000여명의 글로벌 인재를 채용하면서 한국, 독일, 스웨덴, 일본 등 9개국 출신 경력자를 우대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종에서도 푸젠진화(JHICC)가 지난 4월 채용 공고를 내면서 ‘10년 이상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력자 우대’를 명시하는 등 인력 빼가기 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보고서는 “앞서 삼성전자 지난해 중국 반도체 업체로 이직한 D램 설계 담당 전 임원에 대해 전직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중국 업체로 이직한 이 임원은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전직 금지 관련 소송 등을 피하기 위해 투자회사나 자회사에 취업시키는 형식으로 한국 인재들을 영입하고 있어 반도체 인력 유출은 통계로 제대로 된 파악도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외에도 항공업계의 경우 지난 2014년부터 올해 7월까지 외국 항공사로 이직한 460여명의 조종사 가운데 최소 80%에 달하는 367명이 중국 항공사로 옮긴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배터리와 반도체 산업의 고급 인력 유출은 기술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항공산업은 안전성 저해, 신규노선 개척 어려움 등의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인력 유출 방지와 인재 유치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