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군함도 보고서’에 한국인 강제노역 사항 빠져
日 ‘군함도 보고서’에 한국인 강제노역 사항 빠져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9.12.0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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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이행경과보고서’서 제외… 정부, 유감 표명
국가기록원이 지난 10월31일 공개한 군함도 전경 사진. (사진=연합뉴스)
국가기록원이 지난 10월31일 공개한 군함도 전경 사진. (사진=연합뉴스)

일본이 군함도 등 201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의 두 번째 이행경과보고서에도 한국인 강제노역 사항 등을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행경과보고서는 세계유산위원회의 사무국 역할을 하는 세계유산센터가 일본이 유산 등재 과정에서 약속한 내용을 잘 이행하고 있는 점검하기 위해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2017년 첫 번째 이행경과보고서에 이어 이번에도 한국인 강제노역 사실을 적시하지 않으면 또다시 논란을 빚고 있다.

3일 외교부는 “전날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홈페이지에 게재된 ‘일본의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후속조치 이행경과보고소’에는 일본이 2017년 처음으로 제출했던 보고서에서 크게 달라진 내용이 없었다”고 전했다.

일본은 2015년 7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군함도를 비롯한 강제노역시설 7곳을 포함한 메이지 시대 산업시설 23곳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당시 일본은 등재 과정에서 군함도 등 일부 시설에서 한국인이 강제 동원돼 노역했다고 인정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2017년 12월1일까지 세계유산위원회 세계유산센터에 이러한 약속 이행에 대한 경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했고 2018년 6월 열리는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이 경과보고서를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본은 첫 번째 제출한 이행경과보고서에 ‘강제’라는 단어를 명시하지 않고 “제2차 세계대전 때 국가총동원법에 따라 전쟁 전과 전쟁 중, 전쟁 후에 일본의 산업을 지원한 많은 수의 한반도 출신자가 있었다”고 표현했다.

또 강제노역 희생자들을 위해 설치하겠다던 정보센터도 해당 유산이 있는 나가사키현이 아니라 도쿄에 만들겠다고 해 문제로 지적됐다.

이러한 조치는 사실상 일본이 군함도 등에 한국인 강제노역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모습이다.

이에 정부는 항의했고 지난해 열린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 측에 ‘당사국간 지속적 대화’를 독려하는 등 결정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번 두 번째 이행경과보고서에도 한국인 강제노역 사항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논란의 불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내고 또다시 유감을 표했다. 정부는 “일본 측이 한국인의 강제 노역을 인정하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보고서 역시 일본 정부가 이행 내용을 포함하지 않은 데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유산위원회가 ‘당사국간 대화’를 권고했음에도 일본 정부가 주요 당사국인 우리측의 지속적인 대화 요청에 응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동 보고서를 작성하고 제출했다”며 “일본이 강제 노역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후속 조치를 성실히 이행할 것과 조속히 이와 관련된 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목록에 등록될 유산을 심의 결정하고 이를 공식적으로 공포하는 등 역할을 한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