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년들 희망고문하는 '전월세자금대출'
[기자수첩] 청년들 희망고문하는 '전월세자금대출'
  • 이소현 기자
  • 승인 2019.12.03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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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전세자금대출? 그걸로 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던데?"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에 도전해 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말이다.

정부가 만 34세 이하, 연 소득 3500만원 이하 청년들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이 제도를 통하면,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청년 누구나 1.2% 저리로 전월세 보증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2030세대가 주요 이용자인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실제 이 제도를 통해 전셋집을 마련한 이들의 후기가 인기 게시물로 등록돼 있다. 

그러나 이들 게시물에는 "두 번은 못 하겠다"거나 "발품을 엄청 팔았다"는 말이 꼭 등장한다. 수요가 많은 데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해서다.

이 제도는 1억원 한도,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이나 주거형 오피스텔을 대상으로 한다. 서울에 자취하는 이들이 꼭 거쳐 가는 원룸이나 오피스텔이 주요 대출 대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제도를 알고 있는 임대인이 많이 없을뿐더러, 알고 있더라도 싫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복잡한 절차가 임대인으로 하여금 거부감을 갖게 한다. 대출 승인이 안 될 경우 임대인이 계약금을 즉시 반환해야 한다는 특약 조항을 계약서에 넣어야 하는데, 임대인으로서는 수요가 넘치는 상황에서 불확실한 가계약을 걸어 둘 이유가 없다.

또, 이 제도를 통해 80% 대출을 받으면 보증금 일부는 임차인에게, 나머지는 HF(한국주택금융공사)로부터 보증금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해주는 100% 대출 보증의 경우 임차인이 일방적으로 전세 계약을 끝내면 은행을 통해 보증금을 즉시 반환해야 한다.

이런 복잡한 절차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청년들이다. 제도에 꼭 맞는 집을 구하려면 직장에 다니면서 일주일 이상은 시간을 내서 발품을 팔아야 한다.

게다가 얼마 없는 공급은 이마저도 서울에 집중돼 있다. 수도권과 지방으로 갈수록 공급은 가뭄에 콩 나듯하고, 부동산 중개업자조차 제도를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청년 전세자금대출은 오는 2021년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시행 일자가 끝나면 저리에 전세자금을 마련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제 몸 하나 뉠 곳 없는 청년들은 손 뻗으면 닿을 듯한 '희망고문'이 원망스럽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