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박근혜 '국정원 특활비' 파기환송… 국고손실·뇌물 인정
대법, 박근혜 '국정원 특활비' 파기환송… 국고손실·뇌물 인정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11.2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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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 회계관계직원 해당"… 남재준 등 3인 파기환송
'문고리 3인방' 형 확정… 안봉근·이재만 실형, 정호성 집유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박근혜(67) 전 대통령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2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박 전 대통령의 일부 혐의를 유죄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박 전 대통령이 받을 형량이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8일 국정원 특활비 사건으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상고심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같은 취지에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특활비 사건도 파기환송됐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 등 최측근 3명과 공모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총 35억원의 국정원 특활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병호 전 원장에게 요구해 이원종 당시 비서실장에게 1억5000만원을 지원하게 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앞서 1심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6년과 추징금 33억원을 명령했다. 하지만 2심은 일부 국고손실 혐의가 무죄라고 판단해 징역 5년으로 감형하고 추징금도 27억원으로 줄였다.

하급심의 판단은 국고손실 혐의에서 크게 갈렸다. 1심은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로 봤으나, 2심은 혐의 일부를 특가법상 횡령죄로 판단했다.

특가법상 국고손실죄는 '회계관계직원'이 국고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직무 관련 횡령죄를 범하면 가중처벌 하도록 하고 있다.

2심은 국정원장을 법률상의 회계관계직원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는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과 특활비 전달 과정에 공모한 부분만 국고손실죄로 인정했다.

이에 검찰은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이 맞다고 판단된다며 상고했다. 또 하급심이 무죄로 판단한 2016년 9월 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받은 2억원도 뇌물로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검찰의 의견을 받아 들였다. 재판부는 뇌물 혐의와 일부 국고손실 혐의를 모두 유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특별사업비의 집행업무와 관련해 회계직원책임법상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며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자금 교부 중단을 지시했음에도 이병호 전 원장이 자발적인 결정으로 특활비를 교부했고, 박 전 대통령은 이를 별다른 이의 없이 받았다"며 "이 돈이 종전에 받던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2억원을 제외한 33억원에 대해서는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은 "횡령 범행에 의해 취득한 돈을 공모에 따라 내부적으로 분배한 것으로 볼 수 있다"이라며 "박 전 대통령과 국정원장들 사이에 자금을 횡령해 모두 박 전 대통령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공모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2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은 뇌물 등 혐의가 추가로 인정될 것으로 보여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이 일부 늘어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도 기소돼 징역 2년을 확정 받은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의 핵심 혐의인 '국정농단' 사건은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 받고 대법원을 거쳐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한편,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국정원에서 특활비를 상납받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은 상고기각으로 형이 확정됐다.

이재만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 6개월, 안봉근 전 비서관에겐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1억원, 추징금 1350만원이 선고됐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징역 1년 6개월에 벌금 1억원을 선고하고 3년간 형 집행을 유예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