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업계 '종로상권' 두고 치맥 승부
치킨업계 '종로상권' 두고 치맥 승부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11.2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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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대학생·외국인관광객 등 유동인구 다양해
신메뉴·해외매장 진출 등 테스트 활용가치 높아
터줏대감 BBQ에 올 들어 bhc·교촌 잇달아 출점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BBQ 프리미엄카페 종로본점, bhc치킨 종로점, 교촌치킨 종로1호점. (사진=교촌치킨, BBQ, bhc치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BBQ 프리미엄카페 종로본점, bhc치킨 종로점, 교촌치킨 종로1호점. (사진=교촌치킨, BBQ, bhc치킨)

대형 치킨브랜드들이 서울의 종로 상권을 두고 ‘치맥(치킨과 맥주의 합성어)’ 경쟁에 뛰어들었다. 교촌치킨과 BBQ, bhc치킨 등 3대 브랜드가 종로에 집결해 저마다의 차별화한 마케팅으로 직장인과 대학생, 외국인관광객 등 유동인구를 적극 공략하고 있는 모양새다.

28일 치킨업계에 따르면 종각역 젊음의 거리를 두고 도보로 3~4분 이내에 교촌치킨과 BBQ, bhc치킨 종로매장이 자리잡고 있다.

종로는 10여년 전만 해도 인근 광화문 지역을 포함해 서울 최대의 상권으로 꼽혔다. 최근에는 강남과 홍대, 이태원 등으로 상권이 분산되면서 과거만큼의 분위기를 재현하지는 않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많은 오피스 빌딩과 YBM·해커스를 비롯한 대형학원들이 즐비하고, 인근의 인사동과 명동에서 유입된 외국인관광객이 많아 서울 강북지역 대표 상권으로의 명성을 지키고 있다.

치킨업계 입장에서는 이처럼 소비층이 다양한 종로 상권을 무대로 신메뉴를 테스트해 반응을 점검할 수 있고, 외국인 관광객의 취향 파악으로 향후 해외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기초 데이터 확보에도 용이한 측면이 있다.

이런 가운데 bhc치킨과 교촌치킨이 종각역 젊음의 거리 부근에 카페형 콘셉트의 대형 매장을 잇달아 내면서, 3대 치킨 브랜드가 종로에 모두 입점한 상황이다.

종로 상권에 가장 먼저 발을 들인 치킨 브랜드는 BBQ다.

BBQ는 지난 2013년 종로 청계천 부근에 4층 규모(130석)의 ‘프리미엄카페 종로본점’을 열어 이 지역 상권을 공략한지 올해로 7년차다. 일반 치킨매장과 달리 여기는 치킨메뉴뿐만 아니라 피자와 파스타, 커피 등을 점심·저녁 구분 없이 다양하게 주문할 수 있는 멀티 콘셉트의 레스토랑 매장이다. 직장인과 대학생 등 소비층이 다양한 점을 고려한 부분이 크다.

특히 회식이나 부서 미팅, 여러 소모임이 많은 직장인의 특성을 감안해 노래방 기기를 설치하거나 별도의 고급스러운 회식 공간을 둬 단체모임 장소로 꾸준히 각광받고 있다.

BBQ 종로본점은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고 있다. 지난 2013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등 한류 인기로 ‘치맥’ 문화가 중국과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로 확산되면서, 인사동을 둘러보고 근처 BBQ 매장에서 치맥을 먹는 외국인 관광객을 자주 볼 수 있다. 더욱이 BBQ 종로본점이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장소로 활용됐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외국인 발길은 꾸준한 상황이다.

BBQ 관계자는 “프리미엄카페 종로본점을 찾는 소비자 중에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 비중은 30% 가까이 될 만큼 ‘치맥 관광 코스’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에는 모델인 배우 김응수를 일일점장으로 내세워 새로운 메뉴인 ‘뱀파이어 치킨’을 홍보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신메뉴 마케팅 창구로 활용하기도 했다.

bhc치킨은 지난 8월에 종로점을 오픈했다. bhc치킨 역시 BBQ와 비슷한 이유로 직장인과 2030 젊은층, 외국인 관광객을 공략하기 위해 직영 방식으로 출점을 했다.

116석 규모의 bhc치킨 종로점은 치킨과 함께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치맥’에 특화한 매장으로, 젊은 감각의 인테리어로 소비자를 끌어오고 있다.

대표메뉴인 뿌링클치킨을 비롯해 맛초킹과 후라이드 치킨 판매가 활발하고, 최근에 출시한 신메뉴 블랙올리브 치킨도 집중 홍보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외에 사이드메뉴와 비어존 전용 메뉴의 주문율도 좋은 편이다.

bhc치킨 관계자는 “하루 평균 250여명이 종로점을 방문하고 있으며, 이 중 25%는 한국의 치맥 문화를 즐기러 온 외국인”이라며 “감각적인 인테리어 매장 분위기 덕분에 나머지의 다수는 2030 젊은층”이라고 말했다.

bhc치킨 종로점 전체 주문량에서 배달이 차지하는 비중도 꽤 높은 편이다. 전체의 60% 정도인데, 이는 내방객 외에도 인근 오피스 빌딩과 학원가에서 치킨을 배달 주문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1위인 교촌치킨도 약 열흘 전인 이달 19일 종로 젊음의 거리에 120석 규모의 카페형 대형매장(종로1호점)을 오픈했다. 타 브랜드보다 뒤늦게 종로 상권에 진출했으나, 높은 인지도를 앞세워 종로상권의 유동인구와 외국인관광객을 집중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매장 인테리어에 많은 신경을 썼다. 교촌치킨의 조리 특징인 ‘소스 붓질(brush stroke)’ 과정을 형상화하면서, 내부 분위기를 모던하면서도 복고적인 분위기의 ‘뉴트로(Newtro, 새로움과 복고를 합친 신조어)펍’ 콘셉트로 잡았다. 미니 셀프바도 마련해 나초와 함께 교촌의 특색 있는 소스 7종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교촌을 대표하는 허니시리즈를 비롯한 다양한 메뉴를 앞세워 20~40대 소비층과 외국인 입맛을 사로잡을 방침이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 매장에 대한 반응을 당장 얘기할 수 없다”면서도 “교촌의 차별화한 맛과 매장의 독특함이 어우러져 종로상권의 유동인구와 외국인에게 많은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