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저물기 전에 꼭 한번은 보고, 밟아야 될 산, 가을 끝자락, 마지막 단풍이 자태를 뽐내고 겨울 초입, 일렁이는 바람결에 금·은빛 억새군무가 장관을 이루는 영남알프스라 불리어지는 경남 밀양 재약산(천황산) 사자평원(산들늪)으로 가보자.

안타깝게도 일부 외지 등산 동호인들이 재약산의 주봉인 사자봉을 천황산 천황봉으로 부르고 둘째봉인 수미봉을 재약산이라 잘못 불리는 것은 일제강점기 일본이 한민족 말살정책의 일환으로 그 지방에서 제일 높은 영봉을 천황봉으로 표기한 것이 오늘날까지 그대로 잘못 불리고 있으며, 재약산은 사자봉, 수미봉, 향로봉 등을 포함한 여러 봉우리들을 합한 총칭이다.

또한 최근 표충사를 비룻한 일부에서는 고문서 등을 통해 ‘재약산이 재악산’으로 표기 돼 있다고 주장하며 표충사에서 산문을 건축하면서 산문 현판에 ‘재악산 표충사’라고 적시해 밀양의 영산 지명에 많은 혼란을 가져오고 있는 실정으로 본문에서는 ‘재약산’으로 표기한다.

△ 산속에 내가 흐르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삼남의 금강이라 불리우는 재약산은 옥류동천과 금강서천의 두 계곡이 정맥으로 흐르는 영남알프스의 준봉 중 가장 으뜸인 영산으로 사자봉(1189m), 수미봉(1090m), 향로봉(1091m)의 세 봉우리가 삼각을 이루면서 호국성지 대가람 표충사를 품고 있다.

그 한가운데 수백만평의 고산 초원지대인 사자평원을 포용하고 동쪽으로는 홍룡폭포와 층층폭포, 천길 단예를 이루는 천길 바위를 끼고 서쪽으로는 태고적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가마불 협곡과 오천 평 반석을 융단삼아 시리도록 청아한 호박소,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얼음골(천연기념물 제224호) 등 자연이 빚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품고 있다.

금·은빛 억새 물결이 장관을 이루는 사자평원은 생태계의 보고로 현재까지 알려진 우리나라 고산습지 중에서 가장 넓은 산지습지(산들늪)로 자리 잡고 있다.

영남알프스 준봉 중 가장 으뜸인 재약산은 산세가 수려해 전국의 산악동호인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산행은 여러 길이 있으나 수려하고 빼어난 산세의 경관을 음미하기 위해서는 표충사 동편 옥류동천을 따라 홍룡폭포, 층층폭포를 잊는 잘 정비된 생태탐방로 데크로드를 따라 1시간 30여분, 군무가 장관을 이루는 사자평원에서 힐링이 여유를 만끽하고 수미봉, 사자봉으로 오르는 코스를 추천하고 싶다.

또한 산행에 무리가 따르는 노약자, 부녀자 등에게는 얼음골 케이블카를 타고 상부승강에서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재약산 주봉인 사자봉을 거쳐 사자평원 억새를 감상할 수 있는 코스도 권하고 싶다.

이 코스는 굳이 사자봉과 사자평원 억새탐방길 산행을 하지 않아도 삼복더위에 얼음이 어는 얼음골계곡과 가마볼협곡, 호박소 등 자연 명소가 산재하고 있으며 얼음골 케이블카를 타고 상부승강장 하늘정원 녹산대, 맞은편 백운산 수호신인 백호바위 등 얼음골계곡 천혜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가벼운 트래킹코스를 즐길 수 있다.

재약산은 신라 흥덕왕 4년(829년) 임금의 셋째왕자가 나병 치료를 위해 전국의 영산약수를 찾아다니던 중 이곳 표충사(창건당시 죽림사)에서 약수를 마시고 환부를 씻어 완쾌됐다고 해 절 이름을 영정사로 부르게 하고 이 절을 표용한 산은 만 가지 약초가 자생하는 산이라 해 흥덕왕이 친히 재약산이라 제수했다는 전설이 구전으로 전해오고 있다.

재약산 영봉인 사자봉에 올라서면 시계에 펼쳐지는 경관은 자연이 빚어놓은 한편의 산수화로 북으로는 가지산, 운문산, 문복산, 동으로는 간월·신불·영취산, 남으론 향로·관음·문수봉 등 해발 1000m가 넘는 준봉들이 마치 군웅할거 하는 모습으로 명산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재약산 사자봉’은 해발 1189m의 지리적 위치로 자리 잡아 울산 간절곶보다 해돋이를 조금 더 빨리 볼 수 있으며, 정동진보다 더 뛰어난 일출·월출의 장관을 볼 수 있는 명소다.

△ 재약산 사자평원에 펼쳐진 하늘정원, 금·은빛 억새 탐방길을 걸어보자

재약산 사자봉 동쪽으로 수비봉을 끼고 있는 사자평원에 수려하게 펼쳐진 영남알프스 하늘정원 억새물결은 밀양시가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으면서 산악동호인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옛 사자평원의 명물 억새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억새 복원사업을 통해 억새 탐방길, 조망대, 쉼터 등 편의시설과 휴식공간을 조성, 전국적인 억새 명소로 옛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사계절의 각기 다른 풍광을 빚어내는 재약산은 사자봉을 정점으로 동편 수미봉을 품은 사자평원을 밟고 일렁이는 금·은빛 억새 물결을 감상하며 즐기는 산행은 사색하기에 딱 좋은 힐링 코스다.

바람과 햇빛에 따라 금·은빛으로 변하는 사자평원 가을철 억새는 바람에 춤추는 군무가 ‘광활한 평원의 가을파와 같다’ 해 ‘광평추파(廣坪秋波)’라 했던 이곳 사자평원의 억새 속살을 품으며 가을의 정취에 취해 일상의 피로해진 심신을 쉼 고르다보면 해탈의 경지에 이른 신선이 된 느낌이 들 정도다.

또한 사자평원을 중심으로 능동산 배내고개, 간월산 간월재, 신불산, 영축산 등을 거쳐 다시 수미봉과 사자봉으로 이어지는 약 30km에 이르는 국내에서 가장 긴 억새 탐방길이 조성되어 있는 명소다.

사자평원에는 한때 80여 가구 화전민들의 민가가 형성되어 밭을 일구어 고랭지 채소와 약재를 재배한 적도 있었으며, 이들을 위한 ‘하늘아래 첫 학교고사리학교’라는 밀양산동초등학교 분교가 개설되기도 했다.

사자평원 습지보호지역은 재약산 정상부(해발 750~900m)에 위치한 면적 0.58㎢ 규모의 고산습지로서 2006년 12월 28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데 이어 2007년 꼭 보전해야 할 한국의 자연문화유산으로 선정된 한국 생태계의 보고다.

하산은 사자평원의 억새 절경을 감상하고 사자봉과 수미봉 사이 잘룩이를 지나 내원사 방향코스와 진불암에서 천길바위를 지나 표충사방향과 사자봉에서 얼음골 케이블카를 이용한 얼음골 방향 코스도 권해 볼만 하다.

[신아일보] 밀양/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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