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징용배상 문희상案에 “논평 않겠다”
日정부, 징용배상 문희상案에 “논평 않겠다”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9.11.2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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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표명 유보… 명시적 거부없어 논의 가능성
징용문제 해법으로 문희상案이 주목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연합뉴스TV 제공)
징용문제 해법으로 문희상案이 주목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연합뉴스TV 제공)

일본 정부가 징용 문제 해결책으로 제시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구체화된 ‘기억인권재단’ 설립안에 대해 “논평을 삼가겠다”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27일 니시무라 아키히로 일본 관방부 장관은 이날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 의장의 구상을 일본 측이 수용할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니시무라 장관은 “‘기억인권재단’에 대한 구상이 한국 국회에서 모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타국 입법부에서의 논의이므로 일본 정부로서 논평하는 것은 삼가고 싶다”고 말했다.

니시무라 장관의 말은 앞서 기억인권재단 구상이 구체화하기 전 일본 정부가 내놓은 반응과 유사하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 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 의장의 제안에 대해 “한국 국회에서 모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타국 입법부의 논의에 대해 정부가 논평하는 것은 삼가고 싶다”고 전한 바 있다.

이른바 문희상안(案)으로 불리는 기억인권재단 설립은 문 의장이 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방안이다.

한일 양국기업과 국민이 자발적으로 낸 기부금 그리고 지금은 활동이 종료된 화해치유재단의 잔액(약 60억원) 등으로 기억인권재단을 설립해 강제징용·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안이다. 

기억인권재단을 통해 위자료가 지급되면 화해가 성립돼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이 대리 변제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독일 정부와 기업이 과거 나치 시절 강제노동자에 대한 배상을 위해 2000년에 설립한 ‘기억 책임 미래 재단’을 참고한 것이다.

문 의장은 이러한 구상을 지난 5일 방일 중 공개했고 일본 정부가 명확하게 거부하지 않으면서 유력한 해법으로 부상했다.

문 의장이 기억인권재단 설립을 법안으로 추진한다는 취지로 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이날도 일본 정부는 거부의사를 내비치지 않았다. 니시무라 장관이 입장 표명을 유보한다고는 했으나 명시적인 거부의 뜻을 밝히지는 않은 것이다.

이에 외교계 일각에서는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강제 매각을 앞두고 한일 양국이 문 의장 제안을 포함해 징용 문제 해법을 협의 중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문 의장의 기억인권재단 설립이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를 힘들어 보인다. 피해자가 끝까지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아야겠다고 한다면 재단이 위로금 지급을 강제할 수 없다. 기억인권재단이 설립돼도 피해자들이 재단이 아닌 일본 기업에 직접 배상금을 받겠다고 하면 재단은 허수아비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당사자인 징용 피해자들이 문 의장의 안을 반대하고 있는 것도 재단 설립 난항을 예상케 한다. 징용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이국어 대표는 이날 문 의장 안에 대해 “거론할 가치가 없는 결함투성이”라며 “피해자는 안중에 없이 한국 내 일본 기업의 재산 압류라도 막고 보자는 그릇된 판단에서 나온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와 해당 기업들의 책임을 면제해 강제동원 대법원판결 취지를 부정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유력 해법으로 떠오른 문 의장의 안 마저 험로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새로운 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