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눈치 없는 정부, 추락한 ‘코세페’ 위상
[기자수첩] 눈치 없는 정부, 추락한 ‘코세페’ 위상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11.2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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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한 최대 쇼핑행사 ‘2019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가 지난 1일 시작해 22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코세페는 지난 2016년 정부가 소비진작과 기업 매출 활성화를 목적으로 기획한 행사인데, 매년 전략도 없고 이슈도 되지 않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올해는 이전과 달리 민간이 추진위원회를 꾸려 행사 방향과 내용을 직접 정하고, 정부는 한 발짝 물러나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준다고 해 좀 더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게끔 했다.

하지만 행사 전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규모 유통업 특약매입 거래 심사지침(이하 특약매입 지침)’ 개정을 앞세워 코세페 핵심 참여주체인 백화점의 발목을 잡으면서 김을 뺐다.

특약매입 지침 개정안은 백화점이 세일행사를 할 때 할인규모의 최소 50% 이상 비용을 부담하는 내용이 골자다. 세일할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다. 부담이 커진 백화점이 코세페 참가에 부정적인 것은 당연한 상황이었다.

추진위원회가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민간 주도의 첫 코세페라는 점을 의식해 백화점업계는 행사 직전에서야 겨우 참여를 결정했다.

그렇지만 갖은 제약과 부담을 가진 백화점의 적극적인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실제 백화점은 코세페 기간에 대규모 할인보다는 경품·사은품 증정과 같은 일시적인 이벤트 위주로 참여했다.

정부에서 민간 주도로 간판은 바꿨지만, 간섭과 규제 등 현장과 동떨어진 정부의 탁상행정은 여전해 시작 전부터 힘을 빼놓은 격이다. 코세페를 준비하고 참여한 민간 주체를 정부가 적극 지원해주기는커녕, 오히려 의지만 꺾어 버리는 상황을 보면서 올해 코세페도 흥행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올해도 코세페는 대한민국 최대 쇼핑축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언제 했을지 모를 정도로 이슈나 화제 하나 없이 그렇게 지나갔다. 민간 주도로 추진했지만 남은 건 정부의 반복된 탁상행정과 떨어진 코세페의 위상뿐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한 코세페와 관련한 댓글에는 “창의성 떨어지는 공무원 탁상행정”, “코웃음밖에 안 나오는 이벤트” 등 실망스러운 얘기가 대부분이다.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으로 사료된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