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GS건설·대림산업에 '비방 공세'…한남3구역, 결국 입찰 무효 위기
현대건설, GS건설·대림산업에 '비방 공세'…한남3구역, 결국 입찰 무효 위기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9.11.27 0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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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영상서 이주비·분담금·가구 등 자체 비교
금전적 지원 내세우며 "타사 선택 시 재산 손실"
"'오빠 믿지? 형만 믿어'라는 식"이라며 비꼬기도
서울시 용산구 한남3구역 주택재개발 사업지 전경과 현대건설 유튜브 채널 '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 영상에 등장하는 GS건설·대림산업 비방 글. (사진·자료=천동환 기자·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 유튜브 영상 캡처)
서울시 용산구 한남3구역 주택재개발 사업지 전경과 현대건설 유튜브 채널 '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 영상에 등장하는 GS건설·대림산업 비방 글. (사진·자료=천동환 기자·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 유튜브 영상 캡처)

서울 한남3구역 주택재개발 사업이 시공사 선정 입찰 무효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현대건설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경쟁사인 GS건설과 대림산업을 상대로 비난·비방 공세를 퍼부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건설은 이주비와 분담금, 주방 가구 등을 경쟁사들과 비교하면서 자사의 금전적 지원이 월등히 뛰어남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GS건설이나 대림산업을 선택하면 재산상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또, 경쟁사들의 제안은 "오빠 믿지? 형만 믿어"라는 식의 허황한 것이라며 비꼬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7일 현재까지 유튜브 '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 채널을 통해 한남3구역 관련 영상 8개를 게시했다.

영상은 한남3구역 입찰제안서 팩트체크라는 이름으로 이주비와 분담금납부, 현대건설 3편을 비롯해 △디에이치 더 로얄 홍보 1편 △스페셜 솔루션 2편 △명품마감재 1편 △디에이치 더 로얄 프리미엄 플러스 플랜 1편으로 구성했다.

그런데 현대건설은 이들 영상의 상당 부분을 한남3구역 시공사 입찰 경쟁사인 GS건설과 대림산업의 제안 내용을 격하하거나 비방하는 내용으로 채웠다.

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이주비 관련 영상 중 일부. (자료=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 유튜브 영상 캡처)
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이주비 관련 영상 중 일부. (자료=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 유튜브 영상 캡처)

우선 '팩트체크 이주비편'에서는 GS건설은 신용등급이 굉장히 낮기 때문에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보증해주지 않으면, 사업비 대출을 일으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GS건설이 이주비의 50%를 사업비 대출로 지원하겠다고 한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했다. 제1·2금융권에서도 불가능한 금액이라며, 사채시장에서 이 돈을 조달할 순 없지 않겠냐고 비꼬기도 했다.

이 영상에 출연한 현대건설 신○○ 부장은 "제가 굉장히 싫어하는 말이 있습니다. '오빠 믿지?' '형만 믿어' 그러다가 '조금만 기다려봐 조금만 기다려봐'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저는 절대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들(GS건설·대림산업)이 보여준 숫자가 이것과 얼마나 차이가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다른 영상인 '스페셜 솔루션 파트1'에서는 분담금 관련 내용을 비교 설명하면서 대림산업과 GS건설을 선택하면 입주 시점에 급매물 등 매물이 과다해지고, 낮은 시세로 매매 또는 임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재산상 손실이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또, 최저 이주비를 설명하면서 한남3구역에 감정평가금액이 낮은 조합원이 많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대림산업과 GS건설이 최저 이주비를 1원도 제안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추가 이주비와 관련해서는 앞서 '팩트체크 이주비편' 영상에서의 비난 강도를 더 높여 사업비 대출을 통해 추가 이주비 50%를 지급하겠다는 GS건설의 조건은 실현 가능성이 1%도 없는 '일단 따고 보자'는 전형적인 거짓 제안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이주비 관련 영상 중 일부. (자료=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 유튜브 영상 캡처)
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이주비 관련 영상 중 일부. (자료=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 유튜브 영상 캡처)
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분담금 관련 영상 중 일부. (자료=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 유튜브 영상 캡처)
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분담금 관련 영상 중 일부. (자료=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 유튜브 영상 캡처)

또한 '스페셜 솔루션 파트2' 영상에서 현대건설은 최고급 외국산 주방가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지만, 대림산업과 GS건설은 초라한 마감재를 제안했다고 했다. 대림산업은 주방가구 브랜드에서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문짝' 생산업체인 독일 R사 제품을 제안했다며 저평가했다. GS건설에 대해서는 최하등급 주방가구 제안을 숨기기 위해 브랜드를 아예 제안하지 않았다며, 전형적인 꼼수 사업 조건이라고 비난했다.

이 밖에도 현대건설은 수천만원의 인테리어 비용을 환급하기로 했지만, GS건설과 대림산업은 이런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으며, 미세먼지 저감 시스템과 층간소음 저감 시설 등 세세한 부분까지 현대건설에 비해 경쟁사들의 제안이 부실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방식의 비난 공세는 그동안 정비사업지 현장에서 공공연히 있었지만, 최근에는 과열 경쟁을 제한하는 정부 정책 등에 따라 조금씩 사라지는 추세다.

실제 한남3구역 사업지 현장에도 각자의 사업 조건을 홍보하는 인쇄물들이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중심으로 배포됐지만, 경쟁사 비방 홍보물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사업지 현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비방·비난 방식 홍보를 고스란히 온라인으로 옮겨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A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말 지저분한 행태다"며 혀를 찼다.

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주방가구 관련 영상 중 일부. (자료=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 유튜브 영상 캡처)
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주방가구 관련 영상 중 일부. (자료=한남 디에이치 더 로얄 유튜브 영상 캡처)

한편, 한남3구역 시공권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과열 경쟁은 입찰 무효라는 최악의 경우까지 염려해야 하는 사태를 불러왔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한남3구역에 대한 현장 점검 결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현행 법령 위반 소지가 있는 제안 내용 20여건을 적발하고 수사 의뢰 및 시정 조치 등을 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토부는 재건축·재개발 비리를 없애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불공정 과열 양상이 보임에 따라 서울시와 합동 점검을 실시했다며, 이번 점검과 후속 조치의 취지를 설명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