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체납자에 심리적 압박을 주려고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는 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5일 수원지방법원 행정1단독 김세윤 판사는 이날 고액체납자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출국 금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1994년 증여세 2억원가량과 가산금까지 3억6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미납해 2015년 고액체납자 명단에 올랐다.

법무부는 국세청 요청에 따라 2016년 4월 A씨에 대해 최초로 출국 금지처분을 했고 6개월 단위로 그 기간을 연장해왔다.

이에 A씨 측은 “재산을 은닉한 바 없고 은닉할 재산도 없을 뿐만 아니라 국외 재산이 발견되거나 국외 송금 사실이 없는데도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에 법무부의 출국 금지처분이 기본권 보장 및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며 재량권 일탈, 남용에 해당한다며 원고 손을 들어줬다.

김 판사는 “조세 미납을 이유로 한 출국 금지는 그 미납자가 출국을 이용해 재산을 해외 도피시키는 방법 등으로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하는 것을 방지함에 주된 목적이 있다”며 "조세 미납자의 출국의 자유를 제한해 심리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미납 세금을 자진납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원고가 해외에 생활기반이나 자산이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원고의 가족 중 해외로 이주하거나 유학 간 사람이 있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판시했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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