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트래픽 줄였으니 망 이용료 못 낸다’… 넷플릭스의 이상한 논리
[기자수첩] ‘트래픽 줄였으니 망 이용료 못 낸다’… 넷플릭스의 이상한 논리
  • 장민제 기자
  • 승인 2019.11.2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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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터넷서비스 제공 사업자(ISP)와 해외 콘텐츠 제공업체(CP) 간의 망 이용료 문제가 재차 불거졌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에 대한 갈등을 중재해달라는 재정신청을 했다. 넷플릭스에 급증한 트래픽에 대한 비용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했다는 게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글로벌 ISP들과 협력해 캐시서버가 포함된 ‘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며 “이는 망 트래픽 부하를 현저히 줄임과 동시에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는 윈-윈 방안”이라고 항변했다. 이들은 “SK브로드밴드에도 OCA의 무상제공을 수차례 걸쳐 제안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ISP들에게 OCA를 무상으로 제공해 △해외 망 트래픽 부하를 줄이고 △이용자들에겐 끊김 없는 동영상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게 넷플릭스 측의 반박이다.

그러나 ISP 사업자 입장에선 넷플릭스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넷플릭스의 OCA는 자신들의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과 장비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제공에 따른 최종수익자는 넷플릭스인 만큼, 트래픽이 줄었어도 발생한 부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된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넷플릭스는 이에 대해 ‘OCA 설치로 ISP들의 해외 망 비용 부담이 현격히 줄어들어 큰 혜택을 본다’고 설명한다. 또 넷플릭스만 좋은 것이라면 글로벌 1000여곳이 넘는 ISP들이 OCA를 이용하진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ISP들의 OCA 사용은 ‘울며 겨자먹기’로 비춰지기도 한다. 해외 설치된 넷플릭스의 서버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는 비용보다 자국에 캐시서버를 설치하는 게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OCA에 참여한 ISP 관계자는 “해외 망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별도의 망 이용료는 받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국내 망을 이용해 해외 사업자인 넷플릭스만 돈을 벌어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