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세평] 마약수사청 설립이 필요하다
[신아세평] 마약수사청 설립이 필요하다
  • 신아일보
  • 승인 2019.11.2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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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성 법무법인 현산 변호사
 

지난해 클럽 폭행사건으로 시작된 버닝썬 사건이 올해 2월 속칭 ‘물뽕’ 정황 포착되며 논란이 됐다. 이를 계기로 검·경은 2월부터 90일간 전국 마약류 일제단속에 나섰으며, 그 결과 총 3994명을 입건하고 이중 920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검거된 마약사범은 144.3%, 구속인원은 84.6%가 증가한 것으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번 단속으로 마약류가 청소년, 주부, 사무직, 심지어 농촌에까지 번지고 있으며, SK·현대·CJ등 재벌가의 자녀들, 유력 정치인의 자녀들뿐 아니라 일부 연예인들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변종 마약을 흡입하거나 밀반입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져 마약류가 일상생활 속에서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마약을 투여하면 도파민이 지나치게 분비돼 대뇌피질을 직접 자극하고 뇌세포와 중추신경계를 파괴해 결국 쾌감회로를 왜곡시켜 마약을 끊지 못하게 되고, 마약 의존성에 의한 중독현상으로 인해 개인의 삶은 파괴되고 만다. 마약의 문제는 개인의 삶을 병들게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안전과 질서를 위협한다. 

중국 청나라가 강희·옹정·건륭이라는 걸출한 3인의 황제가 재임했던 130여년간(1661~1795) 제국의 기틀을 닦고 문화를 꽃피우며, 영토를 확장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반세기를 넘기지 못하고 서구열강의 침탈에 시달리게 된 원인은 중독성 있는 아편이었다. 백성들의 아편중독이 거대제국 청이 몰락하는 데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마약이 국가와 사회에 얼마나 해악을 끼치는지 보여주는 역사의 단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강력한 마약방지정책으로 마약의 안전지대라고 여겨져 왔으나 최근 마약 거래가 SNS, 랜덤채팅 어플리케이션 등 온라인을 통한 판매로 일반인의 접근성이 높아졌다. 뿐만아니라 비용 역시 가상화폐로 지불하는 등 수사가 매우 어려워져 다양한 종류의 마약을 누구라도 익명으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이 마약으로 인한 국민 불안감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마약수사의 경우 통상적으로 밀수와 대규모 유통 범죄는 검찰이, 투약 사범과 소규모 유통 범죄는 경찰이 맡으며, 국외에서 국내로 밀반입되는 마약은 관세청이, 해상 마약사범 단속은 해경이, 국내외 마약범죄 동향은 국가정보원이 파악하고 있다. 이처럼 마약 수사 등 관련 업무가 6개 이상 기관에 나뉘어 있는 탓에 신종 마약범죄에 기민하게 반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하여 마약 유통의 점조직화, 온라인화로 검거가 어려워지고, 가상화폐 등으로 세탁된 재원 추적이 어려워지게 되자 미국 법무무 산하의 마약단속국처럼 마약범죄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문 기관 설립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검찰은 마약수사청 설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주무 부서인 법무부에서는 표면적으로 새로운 수사기관을 만드는 것은 국회의 몫이라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여당의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이 검찰 수사권의 경찰 이전을 취지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수사청을 만들어 검찰의 수사권을 분산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법무부의 입장은 그동안 추진해온 검찰의 수사 권한 분산 정책에도 반하며 마약범죄의 국내 확대 및 국제화에 대응할 전문 역량 강화에도 반한다는 점에서 재고(再考)되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지난 국감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마약수사청 필요성에 공감하며 국회가 마약수사청을 인사로 통제한다면 중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피력하여 검찰과 법무부가 다시 한 번 마약수사청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라는 속담처럼 그동안 우리 사회는 ‘마약청정국’이라는 환상에 빠져 개인의 삶과 사회를 병들게 하는 마약이 우리 생활에 널리 퍼지고 있는 것을 외면하였는지 모른다. 

빠르게 확산되며 종류도 다양해지는 마약을 단속하기에는 기존의 수사 시스템으로 한계가 분명해졌으므로 개인과 사회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하여 지금이라도 국회와 정부는 정파적 이익을 떠나 마약수사청 설립에 대하여 진지하게 논의하여야 할 것이다.        

/이진성 법무법인 현산 변호사

[신아일보]

master@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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