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日 수출규제 잘 버텼다…‘생산 차질’ 없어
반도체·디스플레이 日 수출규제 잘 버텼다…‘생산 차질’ 없어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11.2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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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업계, 최근 정부에 “생산 차질 전혀 발생 안 해” 전달
재고 효율화·다변화 노력 등 주효…소부장 자립화 마중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일본이 한국에 대한 3개 핵심소재의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한 이후 약 5개월간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생산 차질이 사실상 전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의 ‘조건부 연기’ 결정에 따라 진행될 양국 통상당국 간 대화에서 한국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4개 업체는 지난 7월 초 일본의 수출 규제 발표 이후 이에 따른 생산 차질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최근 정부에 전달했다.

앞서 관련업계선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의 대일 의존도가 높아 수출규제가 2∼3개월 이상 지속할 경우 생산라인이 전면 중단되는 등 타격이 클 것이란 우려가 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국내 업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는 각 업체가 비상계획을 통해 기존에 확보하고 있던 재고 물량의 생산라인 투입을 효율화하고, 이들 품목의 수입 채널을 유럽 등으로 다변화하는 등 국산화한 노력을 병행한 게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절차에 돌입하며 일본이 ‘부적절한 수출통제’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분적으로 이들 폼목에 대한 수출 허가를 잇따라 내준 것도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제조업 혁신을 위한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로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자립화’를 추진하던 중 일본의 이번 수출 규제가 오히려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말 산업부가 ‘2019년 새해 업무 보고’에서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올해 핵심 정책 과제로 제시할 당시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최근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정책 추진에 힘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의 수출 규제를 계기로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이 21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기도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일본 정부가 3개 품목을 개별 심사하고,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한 조치도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생산 차질이 없어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보장은 없다”며 “한·일 국장급 정책 대화에서 수출 규제 관련 타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