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최선희 “대북 적대 정책 계속되면 비핵화 논의 못해”
北최선희 “대북 적대 정책 계속되면 비핵화 논의 못해”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9.11.2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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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정책 철회해야 핵 문제 논의… “美, 중대 결정 내려야”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모습. (사진=모스크바 연합뉴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모습. (사진=모스크바 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이 계속되면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고 전했다.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이 우선 철회돼야 핵 문제를 협상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 제1부상은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 러시아 외무부 인사들과 회담한 뒤 연합뉴스 취재진의 질의에 이같이 밝혔다.

최 부상은 “미국 쪽에 전할 메시지는 없고 이제는 아마 핵문제와 관련한 논의는 앞으로 협상탁에서 내려지지 않았나 하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앞으로 협상하자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다 철회해야 핵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렇다면 올해 안에 북미 협상 재개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하는 것이냐’에 대한 기자 질문에 “그것이 미국 쪽에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는 중대한 전략적 결정을 내린 이후라면 모르겠지만 그전에는 지금까지 놓여있던 핵 문제가 협상탁에서 이제는 내려졌다고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재차 밝혔다.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연내 협상 재개도 불투명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최 부상은 북한과 미국 간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그것은 정상들의 문제니까 여기서 정상들이 어떻게 하는 거까지는 얘기할 위치에 있지는 않다”며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가는 것은 앞으로 좀 불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대북 적대 정책 철회 전에는 정상회담도, 수뇌급 회담도 북한 입장에서는 크게 흥미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게 그의 말이다.

그러면서 최 부상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미국 측은 너무 잘 알고 있다”며 “미국 측이 우리를 적으로 대하는 모든 조치를 해제하면 될 것이고 그러한 결정을 우리에게 통보하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9일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도 “미국이 대조선 적대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조미(북미) 대화는 열리기 힘들다”며 적대 정책 철회를 촉구한 바 있다. 김 대사에 이어 이날 최 부상도 미국에 대북 적대 정책 철회를 요구한 모습이다. 북한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없는 미국 입장에서 과연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한편 최 부상은 러시아를 방문해 블리디미르 티토프 제1차관, 올렉 부르미스트로프 북핵담당 특임대사, 라브로프 장관 등 러시아 외무부 인사들과 잇따라 회담했다.

이날 오전 10시35분께 모스크바 시내 외무부 영빈관에 도착해 티토프 제1차관, 부르미스트로프 북핵담당 특임대상 등과 회담했으며 이어 곧바로 모스크바 시내 다른 곳에 있는 외무부 본부 청사로 이동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약 1시간30분 동안 후속 회담을 진행했다.

조러(북러) 사이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높이는 데 대한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계 일각에서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측근이자 협상 실세인 최 부상이 러시아를 방문해 주요 인사들과 전략대화를 연 것은 북한의 우방국인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과시하면서 미국의 태도를 압박하려는 움직임인 것으로 보고 있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