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놓인 방위비 협상… 美 '주한미군' 카드 꺼내나
평행선 놓인 방위비 협상… 美 '주한미군' 카드 꺼내나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11.2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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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방, 방위비 관련 주한미군 감축질문에 "추측 않겠다"
대선 앞둔 트럼프 공약 실현 '올인'… '지소미아' 압박의도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놓고 한국에 전례 없는 압박을 가하고 있는 미국이 협상의 최종 카드로 '주한미군 감축·철수'를 꺼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은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19일(현지시간) 필리핀 국방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발언을 토대로 제기됐다.

당시 그는 방위비 협상 결과에 따른 주한미군 감축 관련 질문에 "나는 SMA(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에 관해 할지도, 하지 않을지도 모를 것에 대해 예측이나 추측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미묘한 여운을 남기는 애매모호한 답변은 불과 나흘 전 공동성명을 통해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를 확인했던 것과는 비교된다.

또 이 같은 답변이 방위비 협상과 관련한 질문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방위비 협상-주한미군 감축' 연계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에스퍼 장관의 모호한 답변이 다급해진 상황에서 드러나는 고위 당국자들의 지나친 조급증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진단하고 있다.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두고 탄핵조사를 받으며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 타개를 위해 미 고위관료들이 공약 실현에 힘쓰고 있다는 의견이다.

미군 주둔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6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내세워 온 공약이다.

미국 측 입장에서 보면 올해 안에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끝내야 대선이 시작되는 내년에 당장 인상된 분담금 액수를 한국으로부터 넘겨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견 차이로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협상이 답보상태를 보이자, 미국 측에서 '벼랑 끝 전술'을 꺼내든 셈이다.

실제로 미국은 전날에도 방위비의 과다 증액 요구에 우리 측이 거부하자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는 등 이례적인 '외교 실례'를 보였다.

이후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한 언론과 인터뷰를 자청해 "시간이 없다"며 다급함을 직접적으로 나타냈고, 성명을 발표하며 한국을 향한 장외 압박전까지 벌였다.

아울러 미국 측의 행보에는 종료를 목적에 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대한 압박 의도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소미아 종료 시한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문재인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 없이는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자 압박을 넣었다는 분석이다.

이럴 경우 지소미아 종료 현실화시 미국은 한층 더 두터워진 '청구서'를 한국에 들이 내미는 '보복성'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만약 지소미아 종료와 방위비 협상이라는 양대난제에 주한미군 카드까지 얽힌다면 한일관계에 이어 한미동맹까지 시험대에 오르는 양상이 될 수 있다.

불안감 속에서도 정부는 침착하게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단 인내심을 갖고 원칙에 맞춰서 하겠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