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낮은데…韓 물가 상승률 고려 실질 기준금리 OECD 상위권
기준금리 낮은데…韓 물가 상승률 고려 실질 기준금리 OECD 상위권
  • 김현진 기자
  • 승인 2019.11.1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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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기준금리가 경재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상위권으로 나타나면서 기업투자를 늘리고 경기 부양 효과를 내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OECD와 국제결제은행(BIS) 등에 따르면 10월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명목 기준금리 – 근원물가 상승률)는 연 0.65%다. 10월 물가 상승률이 집계된 OECD 27개 회원국 가운데 터키(5.2%), 멕시코(4.25%) 다음으로 세 번째로 높았다.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달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인하하며 명목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수준으로 낮아졌으나 10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이 0.6%로 낮아 실질 기준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명목 기준금리가 한국과 비슷하더라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실질 기준금리는 0 이하였다.

미국은 기준금리가 1.50~1.75%로 한국보다 높지만, 근원물가 상승률(2.3%)을 고려한 실질 기준금리는 마이너스(-)다. 명목 기준금리가 1.50%인 노르웨이도 물가 상승률이 2.7%로 실질 기준금리는 –1.2%였다.

27개국 가운데 실질 기준금리가 0 이상인 곳은 터키, 멕시코, 한국, 아이슬란드뿐이다. 아이슬란드는 명목 기준금리가 3.25%, 근원물가 상승률이 3.1%로 고금리·고물가인 나라다.

앞서 한국은행은 2016년 6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1.25%로 내렸다. 당시 우리나라의 실질금리는 –0.85%로 34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16번째로 높았다. 명목 기준금리가 지금과 같은데 실질 기준금리가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당시 근원물가 상승률이 2.1%로 높아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수준으로 낮췄지만, 물가를 고려한 실질 기준금리는 경기를 부양하기에 부족하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16년처럼 우리나라의 실질 기준금리가 마이너스일 때에는 기업들이 돈을 빌려 설비투자를 늘릴 유인이 크다. 물가 상승률이 2%대라 제품의 가격은 계속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데 반해 화폐 가치는 하락해 실질적인 빚 부담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저물가로 인해 실질 기준금리가 높으면 기업은 투자를 꺼리게 된다. 제품의 가격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고 실질적인 빚 부담도 줄지 않아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은 자금 조달,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실질금리를 고려하게 된다”며 “(2016년처럼) 고물가에 화폐 가치가 떨어질 때는 빚 부담이 크지 않지만, 지금은 과거와는 다른 상황”이라고 전했다.

jhuy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