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위험 DLF상품 판매 차단… 은행 자율의지에 맡겨도 되나
[기자수첩] 고위험 DLF상품 판매 차단… 은행 자율의지에 맡겨도 되나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9.11.1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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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원금손실을 불러일으킨 하나·우리은행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대응책이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법적 강제성이 없는 금융당국의 조치가 얼만큼 효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은행법, 보험업법 등 각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기에 앞서 먼저 행정지도로 투자자 보호 조치를 강화한 후 약 2주간 업계의 의견을 들은 뒤 법 개정 사안이 아닌 보완 조치들을 시행하는 것이다.

우선 공모 규제 회피를 위한 쪼개기 판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동일 증권의 판단 기준을 강화한다.

또 새로 도입할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증권신고서의 일괄 신고를 금지하는 등 기준도 강화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파생상품을 빼고 위험성을 낮춘 금융 상품을 잇달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DLF사태를 키운 원인 중 하나인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펀드에 대해서도 적용 기준을 최대한 폭넓게 해석해서 감독 방향을 업계와 공유할 예정이다.

앞서 은행들은 이번 사태가 불거지자 핵심성과지표(KPI)에 고객 수익률을 반영하도록 하고 프라이빗 뱅커(PB)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줄줄이 내놨다.

은행은 금융당국이 법 개정에 앞서 시행하는 보완책에 반기는 분위기지만 내 돈을 은행을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고객의 신뢰가 깨진 마당에 은행의 자율의지에 진정성과 지속력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장은 비판적 여론을 고려해서 은행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있지만 앞으로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은행의 고위험 DLF상품 판매를 제재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지도 우려된다.

금융당국의 행정제재는 한계가 명확한 만큼 금융소비자 보호와 제2의 DLF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은행의 고위험 DLF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법적근거 마련이 먼저다.

hyun1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