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50대기업 해부35] 한라그룹, 경영위기 딛고 새 도약 박차
[신아-50대기업 해부35] 한라그룹, 경영위기 딛고 새 도약 박차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11.1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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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도, 창립 첫 대규모 구조조정…성장 둔화 타개 모색 총력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노력 지속…“고난 이기는 방법 단순해”
한라그룹의 자동차 부품제조 계열사 만도의 판교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 (사진=한라그룹)
한라그룹의 자동차 부품제조 계열사 만도의 판교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 (사진=한라그룹)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또 한 번 도약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각 기업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사업의 역량을 끌어올리는가 하면,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본지는 국내 50대기업의 근황을 차례로 살펴보고 각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짚어본다.

올해 상반기 기준 총자산 7조6810억원인 한라그룹은 경영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바꾸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완성차 업황 악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가 그룹 전체 위기로 번져가는 상황에서 조직 슬림화, 적극적인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실적을 개선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한라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자동차 부품기업 ‘만도’를 중심으로 조직의 성장을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 과감히 시행하는 등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한라홀딩스 지주사 체제 변환…3세 경영 ‘숨고르기’

한라그룹은 지난 1962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첫째 동생 고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이 세운 현대양행으로 시작했다. 현재 총수를 맡는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정인영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정 회장은 지난 1997년 1월 그룹 회장에 취임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외환위기가 찾아오면서 회장 취임 1년 만에 그룹의 부도를 선언했다.

이후 한라그룹의 주요 계열사였던 한라중공업(현 현대삼호중공업)이 현대중공업의 위탁 경영을 거쳐 매각됐으며, 만도도 매각됐다. 하지만 매각 9년 만인 지난 2008년 만도를 재인수하면서 그룹 재건에 박차를 가해 왔다.

그룹은 지난 2015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지주사 한라홀딩스를 중심으로 만도, 한라,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등 수직형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지주사 체제 이전 ‘한라-만도-한라마이스터-한라’로 이어지던 순환출자구조는 모두 끊겼다.

정 회장은 지난 9월 기준 한라홀딩스 지분 24.31%, 한라 지분 17.06%를 보유해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 한라홀딩스는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 30.25%, 만도와 독일계 기업 헬라가 합작 설립한 자동차 전자부품 제조사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50%, 건설사 ‘한라’ 15.85%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한라그룹의 국내외 계열사는 총 49개다.

한라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정 회장의 장녀 정지연 씨가 거론되고 있다. 다만, 아직 본격적인 승계 작업에 돌입했다고 보긴 이르다.

정 회장은 홍인화 씨와 사이에 장녀 정지연, 차녀 정지수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정지연 씨는 지난 2010년 만도 기획팀 대리로 입사해 영업팀 과장, 미국 만도 주재원 등의 근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연 씨는 2012년 이재성 전 현대중공업 회장의 아들 이윤행 씨와 결혼했다.

정지연 씨는 지난 2008년 처음으로 한라의 지분을 매입했다. 지난 2010년에는 한라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이후에도 정지연 씨는 2012년까지 지분을 꾸준히 늘렸다. 정지연 씨의 지속적인 지분 확보는 정 회장의 3세 경영수업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지연 씨는 지난 9월 기준 한라홀딩스 지분 0.01%, 한라 지분 0.25%를 보유하고 있다.

한라그룹은 지난 2015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으며, 정몽원 회장을 정점으로 지주사 한라홀딩스가 만도, 한라,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등을 지배하고 있다. (이미지=공정거래위원회 재구성)
한라그룹은 지난 2015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으며, 정몽원 회장을 정점으로 지주사 한라홀딩스가 만도, 한라,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등을 지배하고 있다. (이미지=공정거래위원회 재구성)

 ◇만도, 구조조정 등 힘든 시기…한라도 상반기 실적 악화

한라그룹은 올해로 창립 57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최근 한라그룹은 주력 계열사 만도를 중심으로 구조조정 등을 단행하며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올해 들어 만도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업황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7월 88명의 임원 20% 이상 감원과 4400명 직원 대상 희망 퇴직을 실시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는 만도의 창사 이래 첫 구조조정 단행이었다.

정 회장은 구조조정 방침을 밝힌 담화문에서 “올해 사업계획 달성 여부가 불확실한 뿐만 아니라 역성장을 하지 않으리라는 장담을 하기 어려운 엄중한 위기”라고 진단했다.

만도는 올해 1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1분기 실적은 연결 기준 매출 1조41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 320억원으로 나타나 26.1% 줄어든 실적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155억원으로 37.1% 감소했다.

2분기에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1조460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51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2%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326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16.5% 감소했다.

만도의 수익성 악화는 해외 주요 시장 중 하나인 중국 시장의 부진이 주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사드 보복과 함께 현지 경쟁사들의 급성장, 주 거래처인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 감소가 맞물리며 성장이 둔화된 것이다.

만도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비중은 지난 9월 기준 21.48%다. 이는 국내(55.76%)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이다.

만도는 성장세가 둔화하자 중국 시장에서도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중국 법인의 경영 효율화와 비용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였다. 만도는 올해 1분기 중국 법인 인력을 15% 가량 감원했으며, 일부 설비도 인도 지역으로 옮겼다.

한라그룹의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한라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라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631억원, 영업이익 116억원, 당기순이익 4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매출 16.6%, 영업이익 42.4%, 당기순이익 63.6% 급감했다.

특히 올해 2분기에는 지난 2013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한라의 2분기 실적은 매출 32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했으며, 영업손실 22억원, 당기순손실 127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이 악화됐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사진=한라그룹)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사진=한라그룹)

◇지속 가능한 성장 도모 총력…“기업 핵심은 결국 사람”

한라그룹은 앞으로 만도를 중심으로 국내외 사업 구조조정 극대화를 노리면서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실시하는 등 중장기적 전략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해 나가고 있다.

우선 만도는 지난 1997년 처음 진출한 인도 시장의 매출 비중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기존에 집중하던 중국 시장 이외에 신흥국에서도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만도의 인도 시장 매출 비중은 지난 2017년 7.95%에서 올해 9월 기준 8.95%로 늘었다. 인도의 비중을 멕시코, 브라질 등 기타 지역 매출 비중 9.93%와 합하면 인도를 포함한 신흥국 매출 비중은 18.88%다. 이는 미국 매출 비중 15.82를 넘어서는 수치다.

만도는 단기적으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부품 공급이 늘면서 매출 증대가 전망된다. 만도는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출시하는 신차 ‘GV80’, ‘G80’ 등에 ADAS 부품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내년 매출 증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만도는 장기적 미래를 위한 새로운 조직을 설립하기도 했다. 만도는 지난 9월 신사업을 발굴하는 전담조직 ‘WG 캠퍼스’ 설립했다. WG 캠퍼스의 WG는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의 호(號)인 운곡(雲谷)의 영문 약자로, 정몽원 회장이 선친의 개척 정신이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명명했다.

WG 캠퍼스에서는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등의 개발과 친환경 부품개발,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 발굴·투자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올해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유럽 R&D 센터를 신축해 자동차 섀기 개발과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한다.

한라도 앞으로 수도권 소규모 용지 확보로 자체사업 추진, 역세권 중소규모 정비사업 확대 등을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서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물류, 유통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박차를 가하면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라그룹은 앞으로 구체적인 조직 성장 실천 덕목을 바탕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꿀 방침이다.

정몽원 회장은 지난 9월 창립 57주년 기념사에서 임직원들에게 △간절한 자세 △투명성 △민첩함 △창의성 △협력정신 등 조직 성장 실천 덕목을 제시하고, 임원들에게도 △솔선수범 △방향과 목표 제시 △외부 지향·현장 우선 △소통과 교류 △적극적인 후배양성 △정도경영 등 리더들을 위한 덕목도 짚었다.

정 회장은 “고난을 이겨내는 방법은 어떻게 보면 단순하다”며 “현재의 기본적인 바탕을 견고하게 만들고, 위험 요인들을 부단히 제거하며, 우리의 장래를 풍부하게 해 줄 새로운 뭔가를 부지런히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아일보] 이성은 기자

sele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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