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20억짜리 집은 팔리는데 2억짜리는 왜 안 팔릴까?
[기고 칼럼] 20억짜리 집은 팔리는데 2억짜리는 왜 안 팔릴까?
  • 신아일보
  • 승인 2019.11.1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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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
 

최근 비싼 아파트는 잘 팔리고 싼 아파트는 오히려 안 팔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격이 비싸면 수요가 적어 안 팔리는 것이 상식인데 실제로는 반대 현상이 곳곳 나타나고 있다. 

올해 6월 이후 공급된 아파트 중 분양가 20억원이 넘는 아파트의 1순위 청약경쟁률은 평균 73.9대 1이다. 아파트 하나를 분양받기 위해서 70명이 넘는 사람과 경쟁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서울·수도권에서 분양하는 고가 아파트는 인기가 높았다. 지난 10월 강남에 공급된 역삼센트럴아이파크 전용 115.21B㎡ 타입은 1순위 4가구 모집에 1809명의 청약자가 몰려 평균 452.2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천 연수구에서 공급된 송도 더샵센트럴파크3차 전용 198㎡도 2가구 모집에 395명의 청약자가 몰려 평균 19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미 수백 대 1의 경쟁률에 익숙해져 있어 이 숫자가 높은 것인가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싼 아파트 경쟁률을 비교해 보면 차이가 드러난다. 같은 기간 2억원대에 분양했던 아파트의 1순위 청약경쟁률은 3.35대 1 수준이며 1억원 미만 아파트는 평균 0.98대 1로 1순위 모집도 실패했다. 

고가 주택이 잘 팔리는 현상은 아파트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유명 드라마 '스카이캐슬' 촬영지로 유명해진 용인 인근 한 타운하우스는 분양가가 20억원 후반대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자산가들이 매입에 나서고 있다. 10년 넘게 텅텅 비어있던 타운하우스 거래가 최근 들어 활기를 띠고 있다. 

고가주택은 대출 제약이 많기 때문에 현금부자들만 매입이 가능하다. 시세차익이 눈앞에 뻔히 보여도 현금 없는 수요자는 대출이 어렵기 때문에 고가 주택이 불가능하다. 현금부자들이 부동산을 적극 매입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현금 부자들의 움직임은 강남권 빌딩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강남권에 위치한 오피스 수요가 판교 테크노밸리, 문정동 지식정보타운 등으로 이전이 늘면서 강남권 공실률은 높아지고 있지만 매매 가격은 오히려 오르는 현상이 최근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강남권 우량 빌딩 투자수익률은 2.6%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1금융권의 담보대출 금리는 3% 내외로, 대출을 끼고 빌딩을 매입하면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률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현금부자들 말고는 빌딩을 매입할 수 없다는 말이다. 

시계나 가방 등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는 돈이 있어도 사기 힘들어 중고가 정가보다 높게 가격이 형성되는 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정가로 사면 일정 기간 사용을 했다고 하더라도 잘 간수만 한다면 중고품 가격이 뛰어 명품 재테크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하이엔드급 명품은 나오기가 무섭게 팔리는 현상이다. 이것도 현금 부자만 가능한 재테크다. 

그럼 현금 부자들은 얼마나 많을까? 그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소득을 보면 어느 정도 추정은 가능하다. 지난 10월 발표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상위 0.1%의 연소득은 35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하위 10%의 소득은 120만원으로 격차가 3056배에 달했다. 특히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의 소득이 높았으며 광주, 강원, 울산 순으로 소득이 높았다. 부동산 가격이 최근 큰 폭으로 오른 서울 거주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부를 손에 쥐게 될 것이다.

상위계층과 하위계층의 소득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것은 현금이 많으면 재테크 수단이 굉장히 다양해 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런 현상을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돈을 버는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이해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 좀 해 줘야 세금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