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베 갇히고 가방 바꿔가고… 곳곳서 '수능 헤프닝'
엘베 갇히고 가방 바꿔가고… 곳곳서 '수능 헤프닝'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11.1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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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오전 한 수험생이 자치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제주시 남녕고등학교에 마련된 제주95지구 제1시험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오전 한 수험생이 자치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제주시 남녕고등학교에 마련된 제주95지구 제1시험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아침에는 전국 각지에서 웃지 못 할 다양한 '해프닝'이 벌어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고사장 입실 마감 시간인 이날 오전 8시10분 기준 수험생 이송을 요청하는 112 신고는 18개 시·군 전역에서 23건 접수됐다.

수험생들의 다급한 요청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순찰차나 경찰 오토바이 등을 동원해 학생들을 지정 고사장으로 신속히 이송했다.

몇 가지 사례들을 살펴보면, 우선 이날 오전 8시께 창원시 진해구 한 아파트에서는 "늦잠을 잤다"는 수험생의 신고가 접수됐다.

전화를 받은 경찰은 즉각 출동해 해당 수험생을 순찰차에 태워 고사장까지 부랴부랴 이송했다. 다행이 이 학생은 지각 위기를 넘기고 무사히 시험장에 들어갔다.

가방을 바꿔 들고 간 학생도 있었다. 오전 8시 7분께 달성군 유가파출소에는 "수험생인 아이가 수험표와 신분증, 도시락이 든 가방을 두고 다른 가방을 들고 갔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은 인근 아파트에서 학부모를 순찰차에 태워 30㎞가량 떨어진 달서구 상인고등학교까지 태워줬다. 학부모는 교문 앞에서 기다린 교사에게 가방을 무사히 전달할 수 있었다.

도시락을 놓고오는 경우도 있었다. 창원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르던 한 학생은 초조함에 도시락 통을 집에 두고 왔다.

학생의 학부모는 택시를 이용해 오전 7시50분께 창원여자고등학교 교문 앞으로 도시락을 넣은 큰 종이가방을 전달했다. 학생은 도시락을 챙겨 들고 재입실했다.

입실 마감을 20분 남기고 엘리베이터에 갇힌 수험생도 있었다. 오전 7시44분께 경남 김해시에서는 "수험생인데 엘리베이터에 갇혔다"는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당시 엘리베이터는 1층까지는 도착했지만, 문이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엘리베이터 문을 강제 개방해 신고 11분 만인 오전 7시 55분께 학생을 무사히 구조했다.

또 수험생이 구조 이후 고사장에 제때 도착할 수 있도록 경찰에도 이런 사실을 알리고 협조를 요청했다. 이 학생도 고사장에 늦지 않게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험장을 착각한 남학생이 여학생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르는 상황도 발생했다. 양정고등학교에서 응시해야 하던 남자 수험생은 시험장을 착각해 다른 학교에 도착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시간이 긴박하다고 판단, 여학생 시험장인 인근 덕문여고에서 별도로 마련된 시험장에서 응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병원에서 수능을 보는 학생들도 있다. 오전 8시10분께 경안고에서 시험장으로 가던 한 수험생은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바람에 119구급대를 불렀다.

이 수험생은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아 인근 병원 격리실에서 경찰관이 시험장을 경비하는 가운데 시험을 보는 중이다.

부산여고자고등학교 학생은 맹장염 때문에 고사장인 부산여고 대신 온종합병원에서 시험을 치르고 있다.

이 학생은 13일 병원에서 맹장염 주의 판정을 받아 수능 시험 중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학교 측에 요구해 병원에 별도로 마련된 병실에 도착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