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세평] 제1야당에 희망이 없으면 나라와 국민에게는 미래가 없다
[신아세평] 제1야당에 희망이 없으면 나라와 국민에게는 미래가 없다
  • 신아일보
  • 승인 2019.11.1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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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태 한국정경문화연구원장

 

제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를 서서히 마무리 지어가며 각 정당들은 착착 총선채비에 들어서고 있다.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자조 섞인 평가를 하듯이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쓴 채로 헌정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다. 그러나 시간의 중단이 없듯이 정치사도 한 순간의 정지가 없이 나아가고 있다. 현대정치는 정당제 대의정치다.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당이란 결사체를 만들고, 이를 통해 주권자의 지지와 요구를 수렴하여 국가와 시민사회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주어진 임기 동안 더 많은 지지를 얻으면 권력과 책임을 동시에 누린다. 누리는 당이 여당이고 권력을 얻으려 기회를 노리는 쪽이 야당이다. 민주당이 여당이고 한국당이 제1야당이다. 민주당은 진보성향이고 한국당은 보수성향이다. 참으로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세상에 이 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현상이 존재하는 것은 없을 듯하다. 우리 한국 정치의 정당구조와 행태는 더욱 복잡다단하고 첨예한 대립구조 속에 있다. 유권자인 국민은 대개 자신의 성향에 따라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투표하고 임기 동안 권한을 위임한다. 국가와 사회의 발전은 어느 일방의 독식보다는 견제와 균형 속에서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 어느 한쪽의 독식 구조는 민주주의를 해치고 자유 시장경제의 장애를 유발한다.

심하면 독재가 되어 국가와 사회를 파멸시킨다. 가장 큰 견제와 균형의 힘을 가진 제1야당에 희망이 없으면 나라와 국민에게는 미래가 없다. 현재의 한국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는 희망이 안 보인다. 사람이 없다. 권력을 탐하는 정치인은 많아도 희생하고 몸을 던져 책임을 지는 지도자가 없다.

대권 욕심은 보이지만 그만하겠다는 국회의원은 중진도 초선도 없다. 인사 혁신도 없다. 새로운 인사라고 영입하는 인물의 면면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허당, 헛발, 헛소리 다 허허롭다. 콘텐츠가 없다. 감동도 없다. 같은 내용이라도 시대에 맞아야 하고 감동을 주어야 한다. 개발시대의 구호 같은 민부론식 명명은 낡았다. 아직도 무슨 계, 무슨 파 당내갈등이 훤히 보인다. 

이러하니 지지율이 정체다. 좋은 기회가 와도 지지로 모으지 못하는 이유다. 광화문에서 겨우 기사회생한 위기를 스스로 잘 해서 그런 줄 알고 표창장 잔치를 벌여서 겨우 벌어놓은 표를 한 방에 날려버린다. 그 지지마저 지역과 세대에 편중되어 있다. 내년 4.11총선은 스스로 말하듯 장기적 진보 지형의 주춧돌을 놓으려는 집권세력과 탄핵 이후 괴멸에서 겨우 살아나온 보수세력의 제2 라운드 대전이다. 보수의 절체절명 과제는 통합과 단결이다. 통합은 명백하게 인식하듯이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 보수의 가치가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완전히 기울어져 파국으로 가는 자유민주의 국가의 균형추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갈갈이 찢어 발겨진 나라와 국민의 분열을 그대로 둘 수가 없기 때문이다. 통합으로 가는 머나먼 강은 당시의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황교안 대표와 스스로 탄핵의 폭탄을 지고 앞장서 루비콘강을 건넜던 카이사르 유승민 의원이 함께 건너야 한다. 무슨 조건이 필요하고 체면을 세우려는 현란한 수사가 필요한가.

두 번 다시 미래의 불안에 가슴을 떠는 절반의 양심적 보수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진흙탕 개똥밭을 구르는 수모 또한 기꺼이 안으며 오로지 진정성 하나로 합리적 중도 보수 시민의 뼈아픈 상처를 아우르며 나아가라. 상대의 실수나 우연한 타점으로는 결코 승리에 이르지 못한다. 서로를 탓하지 말고 탄핵이란 죽음의 늪을 함께 건너가라. 작심하고 이렇게 소리를 높이는 것은 어디 한 곳에서라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보고 싶어서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