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성과 수익 딜레마에 빠진 게임업계
[기자수첩] 게임성과 수익 딜레마에 빠진 게임업계
  • 장민제 기자
  • 승인 2019.11.1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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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실행한 뒤 몇 번의 터치만으로 캐릭터가 알아서 퀘스트 수행과 사냥을 시작한다. 현재 위치한 곳에서 목적지까지 숲과 계곡 등을 거쳐 가야하는 과정도 퀘스트 버튼 한번만 누르면 해결된다.

장착 중인 무기나 방어구보다 더 좋은 장비를 얻으면 유저에게 바로 보여주기도 한다. 장비교체는 다른 창을 열 필요 없이 터치 한번으로 가능하다.

수 년 전부터 출시된 대다수의 모바일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는 이 같이 유저 편의를 위해 자동(오토)기능이 적용됐다. 초기 게임성을 해친다는 등의 비판도 많았지만, 이젠 게임의 기본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삶에 바빠 PC나 스마트폰을 장시간 붙들고 게임하기 힘든 사회인들이 많아진 탓이다. 또 직접 플레이하기보다 ‘보는 게임’이 대세로 떠오른 것도 ‘게임의 자동화’ 확산에 한 팔 보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토 기능은 여전히 양날의 검이다. 게임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세계관부터 퀘스트, 맵 구성 등 다양한 콘텐츠가 자동진행으로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게임사들은 유저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화려한 그래픽과 보기 좋은 캐릭터 디자인에 더욱 집중하지만, 차별성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몇 번의 터치와 지갑만 열면 강해질 수 있는 게임방식에 흥미를 잃게 된다.

하지만 현실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 몇몇 게임사들은 과금요소를 최소화 하고, 자동기능을 도입하지 않거나 수동조작 시 더 큰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했고, 흥행 실패의 쓴맛을 봤다. 오는 12월 서비스를 종료하는 넥슨의 ‘야생의 땅: 듀랑고’도 이 같은 세태에 대항했던 게임이란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다만 도전을 멈춰선 안 된다. 사행성, 중독성 등 게임업계가 직면한 과제를 넘어서기 위해선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 게임사에서 작품성과 흥행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타이틀의 탄생을 기대한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