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지역 '정부 입맛대로'…"주정심 구성 재편해야"
분양가 상한제 지역 '정부 입맛대로'…"주정심 구성 재편해야"
  • 이소현 기자
  • 승인 2019.11.0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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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넘는 당연직 위원 비중으론 반대의견 반영 어려워
시장 전문가 참여 확대 및 충분한 심사 기간 확보 필요 
세종시 국토부 청사 전경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 (자료=신아일보DB)
세종시 국토부 청사 전경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 (자료=신아일보DB)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이 발표되자 정책 심의 기구인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 대한 역할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정부·공공 소속 당연직이 전체 위원의 과반을 차지하는 구조에서 정부가 제시한 안을 형식적으로 심사해 결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책 심의 기구가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 지역 및 시장 전문가 참여를 늘리고, 심사 기간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이하 주정심) 회의를 열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정 구역을 선정했다.

이날 주정심은 약 1시간30분 논의 끝에 서울 지역 총 27개 동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키로 했다.

앞서 있었던 주정심 회의들이 대부분 서면으로 진행되면서 '깜깜이 심사'라는 지적이 지속돼 온 가운데, 이번 회의는 위원들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논의하는 방식인 대면 회의로 열렸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정책을 심의하는 기구가 안건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정부의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정심이 대면 회의를 열었다 하더라도 정부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이상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에 한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번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역시 정부 입맛대로 정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얼마나 충분히 토론하고 결정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짧은 시간에 27개씩이나 되는 곳을 충분히 검토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러면 이미 정부가 정해놓은 데로 의결하고 끝난 게 아닌가. 결국 거수기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주정심에서 사실 어떤 것들을 의결하더라도 국토부가 내놓은 자료들을 갖고 심의할 수밖에 없다"며 "주택시장 전체를 파악해서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거기본법 제8조에 따르면 주거정책심의위원회는 위원장인 국토부 장관을 포함해 총 25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하게 돼 있다.

이 중 정부 및 공공기관 소속 당연직 위원이 13명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국토부 장관이 임명하는 위촉직 위원이다.

당연직 위원은 △관계 중앙행정기관 차관급 공무원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HUG(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등으로 구성하고, 위촉직은 주거복지 등 주거정책 대상 계층을 대표하는 이들과 주거정책에 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로 구성한다.

이처럼 당연직이 전체 위원의 과반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위촉직 마저 국토부 장관이 임명하는 만큼 정부 입장과 반대된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권 교수는 "주정심이 제대로 가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폭넓은 의견을 들어야 한다"며 "공무원보다는 시장 전문가나 주택 시장 관련 학계나 업계인이 같이 들어가서 심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서 학회장은 "주정심을 확대하고, 지정하고자 하는 지역 전문가들이나 시장에 정통한 이들을 참여시켜서 정책 결정을 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제언했다.

국토부는 이번 지정 지역을 발표하며 '1차 선정'이라고 선포하고, 집값 불안에 따라 2차 혹은 그 이후 지정까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앞으로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운용과 관련해 주정심이 수시로 열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정심에 대한 근본적 기능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국회에서도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해 관련 법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8월 발의한 '주거기본법 개정안'은 정부·공기업 인사들이 차지하는 당연직 비중을 낮추고, 각 분야 전문가에 부여하는 위촉직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담았다.

또, 회의는 대면을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만 서면으로 대체하도록 했다.

이 법안은 지난 9월16일 국토교통위원회 소관으로 회부돼 심사 대기 중이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