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아세안+3 정상회의'가 열린 방콕에서 단독으로 만나 11분간 단독 회담을 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정에 두 눈을 의심했다. 취재진도 술렁였다.
그동안 청와대 내에서는 이번 태국 순방에서 한일 정상간 만남은 공식석상에서, 혹은 기념촬영을 할 때 정도일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됐었다.
그 마저도 짧게 마주쳐 인사하는 정도에 그치고 냉랭한 분위기일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그 예상을 뒤집고 양 정상이 깜짝 환담을 한 것이다.
이번 환담은 사전에 조율된 것이 아니다.
문 대통령이 정상회의 대기실에서 다른 정상들과 대화하던 중 뒤늦게 도착한 아베 총리를 발견하곤 "이야기 하자"며 옆자리로 인도해 이뤄진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먼저 나서 아베 총리의 손을 잡고 대화테이블에 앉힌 셈이다.
문 대통령의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물론 11분 동안 속 깊은 대화를 다 나누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양 정상은 환담에서 양국 관계의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한다.
지난달 말 일본을 방문해 일왕 즉위식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아베 총리와 만나 '대화 재개'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했는데, 이번에 양 정상이 이를 확인한 것이다.
이에 곧바로 외교당국간 실효성 있는 대화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본이 이번 환담에 대해 "아베 총리가 원칙적 입장을 확실히 전달했다"고 밝힌 건 우려스럽다.
일본의 원칙적 입장이란 '징용 배상 문제는 1065년 청구권 협정으로 다 해결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화를 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올해 주목되는 일정은 다음 달 한중일 정상회의다.
이 때 별도 한일정상회담이 열려 반전 계기를 만들길 기대해본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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