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 흐름 부진한데…원·달러 환율 오히려 40원 상승
국내 경기 흐름 부진한데…원·달러 환율 오히려 40원 상승
  • 김현진 기자
  • 승인 2019.11.0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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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한국 경제 여건보다 미중 무역분쟁 향방에 더 민감히 반응"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최근 한 달 새 부진한 경기 흐름과는 반대로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40원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달러당 1196.2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일 1159.2원으로 내리며 한 달여 만에 37원 떨어졌다.

지난달에는 기대에 못 미친 3분기(전분기 대비 0.4%) 경제성장률과 부진한 수출지표 등이 잇달아 발표됐지만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강세를 보였다.

경제지표 부진은 통상 통화 가치 약세 요인이지만 지난달 원화의 움직임은 주요 경기지표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셈이다.

앞서 한국은행이 지난 4월25일 우리나라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냈다고 발표했을 때 원·달러 환율은 하루에만 9.6원 급등한 것과도 대조되는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에는 경제지표, 위안화 환율, 외국인의 증권투자 등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주지만 최근 원화 강세는 경제 펀더멘털보다 미중 갈등 완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미국과 중국이 지난 9월1일부터 상대국 제품에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하면서 8월13일 원·달러 환율은 1222.2원까지 올랐다.

이후 한동안 120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고위급 무역협상이 열린다는 소식에 하락 흐름을 타더니 지난달 11일 미중 사이 이른바 ‘스몰 딜’이 성사되면서 빠르게 하락했다.

최근 환율이 이런 흐름을 보이면서 외환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선 원·달러 환율이 미중 관계의 개선이나 악화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경제지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한국 경제 여건이 개선되지 않았고 전망도 어두운데 최근 환율이 갑자기 급락했다”며 “원·달러 환율이 미중 무역분쟁 향방에 민감히 반응한 결과”라고 말했다.

원화 값이 미중 관계에 영향을 크게 받는 이유는 우리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무역분쟁에 전 세계 교역량이 줄어들면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피해를 더 크게 입는다.

jhuy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