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150일 '악화일로'… "국제적 명성 잃을 위험"
홍콩 시위 150일 '악화일로'… "국제적 명성 잃을 위험"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11.0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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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된 시민 3천명 돌파… 범민주 진영 향한 '백색테러'
핼러윈 데이인 지난달 31일 밤 '핼러윈 코스튬 플레이'를 내건 홍콩 민주화 시위대가 가이 포크스 등 다양한 모습의 가면을 쓴 채 도심으로 쏟아져 나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핼러윈 데이인 지난달 31일 밤 '핼러윈 코스튬 플레이'를 내건 홍콩 민주화 시위대가 가이 포크스 등 다양한 모습의 가면을 쓴 채 도심으로 쏟아져 나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150일째를 맞은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경찰의 강경 대응으로 체포자가 급증하고, 이에 반발해 시위대도 폭력의 강도를 올리고 있다.

4일 홍콩 명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 6월9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로 체포된 시민은 지난달 31일 3007명을 기록했다.

시위자 체포는 지난달 5일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이 시행을 전후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복면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경찰이 강경 진압 기조로 전환하면서 시위대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 작전에 돌입한 탓이다.

실제로 지난 6월9일부터 지난 9월16일까지 체포된 사람은 1453명으로 하루 평균 15명꼴이었다가 9월17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는 1554명을 체포, 하루 평균 35명까지 늘었다.

센트럴 등 홍콩 도심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진 지난 2일 하루 동안 체포된 시위대는 무려 20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에 홍콩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자의적 체포를 남발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의 한 변호사는 "경찰이 체포를 남발하면서 대규모 체포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경찰이 체포된 시민에 대해 구타, 성폭력 등 인권침해를 서슴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홍콩 중문대에 다니는 여학생 소니아 응은 지난 8월31일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돼 콰이충(葵涌) 경찰서에서 경찰이 자신의 가슴을 치는 등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처럼 경찰이 강경기조를 보이자 시위대도 폭력의 강도를 높이면서 시위는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2일에만 해도 시위 과정에서 다쳐서 병원으로 이송된 사람은 54명, 전날 시위에서 다친 사람은 17명에 이른다.

특히 최근에는 범민주 진영 인사들을 향한 친중파 소행으로 추정되는 '백색테러'도 잇따라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홍콩 언론은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갈수록 격해지면서 홍콩의 국제적 명성과 지위를 잃을 위험에 처했다"며 "사태를 수습해야 할 홍콩 정부의 지도력 부재가 사태 악화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