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 증가 폭 주는데…공항공사는 임차인 쥐어짜기 '혈안'
여객 증가 폭 주는데…공항공사는 임차인 쥐어짜기 '혈안'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9.11.0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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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임대수익 성장률 목표, 최근 5년 연평균比 5배 설정
일본여행 보이콧 상황 공항 상업시설 경영부담 가중 우려
공항공사가 운영·관리하는 김포공항 전경과 손창완 공항공사 사장. (사진=신아일보DB·공항공사)
공항공사가 운영·관리하는 김포공항 전경과 손창완 공항공사 사장. (사진=신아일보DB·공항공사)

공항공사가 올해 임대수익 증가율 목표치를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의 5배가 넘는 8.5%로 설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적 일본 여행 보이콧 현상이 지속되면서 국내 공항 이용객 증가 규모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공항 임차인들의 경영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강훈식 의원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2019 임대수익 증대를 위한 목표관리제 시행계획안'에 따르면, 공항공사는 올해 전국 공항 임대수익 목표액을 5123억500만원으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해 임대수익 4721억6500만원 대비 8.5% 증가한 수준으로, 공항공사가 운영·관리 중인 전국 14개 공항 모두의 임대수익 목표치를 올려 잡았다.

공항별로 보면 무안공항 임대수익 목표 증가율이 31.4%로 가장 높고 △대구공항 27.4% △제주공항 11.8% △김해공항 11.3% △양양공항 11.2% 등 순으로 높다.

공항공사는 시설용량 부족에 따른 항공수요 정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공항 재원 마련 등 경영여건을 고려해 임대수익 증대를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 공항이 처한 상황과 공항공사의 최근 임대수익 증가 수준에 비춰봤을 때 이 같은 목표 설정은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공항공사의 연평균 임대수익 증가율은 1.6% 수준이다. 이 같은 증가 폭을 올해는 5배 이상 키운다는 것이 공항공사가 그린 그림이다.

무엇보다 임대수익 증가를 위해서는 공항 임차인들도 그만큼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하는데, 최근 국내 공항 여객 증가 규모는 이 같은 임대료 증가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공항공사가 운영·관리하는 전국 공항 전체의 최근 5년 통계를 보면, 지난 2015년과 2016년 각각 10.7%와 14.9%에 달했던 여객 수 증가율은 2017년과 2018년 각각 5.2%와 5.0%로 급감했고, 올해는 9월말까지 전년 동기 대비 4.6% 수준의 증가율에 그치고 있다. 전 국민적 일본 여행 보이콧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공항 이용객 증가세 둔화는 앞으로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공항공사는 신규 상업시설을 유치하고, 상업시설 면적을 확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추가 임대수익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이런 방식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한정된 수요 안에서는 기존 임차인들의 경영부담 가중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욱이 공항공사는 이번 임대수익 목표 달성도를 지역본부 및 지사에 대한 내부 경영평가에 반영하고,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경우에는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공항별로 '임대료 거둬들이기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번질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공항공사의 이 같은 경영방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훈식 의원은 "경기 침체로 여행 수요가 줄어 항공사와 여행사, 면세점 등 관련 업계는 모두 타격을 받고 있는데, 공기업인 한국공항공사가 임대료를 올려 앉은자리에서 수십억 원을 더 거둬들이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