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세미납자 심리적 압박용 출국금지는 위법"
법원 "조세미납자 심리적 압박용 출국금지는 위법"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11.0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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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재산을 해외에 은닉할 가능성이 없는 조세 미납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기 위해 출국 금지를 명령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A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출국 금지 취소 처분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엔지너링 회사를 운영하던 A씨는 운영하던 사업체가 경영난으로 인해 폐업하면서 거액의 세금을 체납하게 됐다.

A씨의 조세 체납 규모는 올해 1월 약 7억8000여만원이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해 6월 조세 체납을 이유로 A씨에게 출국 금지 처분을 내렸다.

이후에도 법무부는 같은 해 12월과 올해 6월 두 차례 등 두 차례 연장 처분을 통해 오는 12월 25일까지 A씨에 대한 출국금지를 내렸다.

소송에서 A씨는 "회사 경영난으로 폐업하면서 부득이 거액의 세금을 체납한 것이지 세급 납부를 회피할 의도는 없었다"며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킬 우려도 없어 법무부의 출국금지 처분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 줬다. 재판부는 "조세 미납을 이유로 한 출국 금지는 미납자가 출국을 이용해 재산을 해외에 도피시키는 등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납자의 신병을 확보하거나 출국의 자유를 제한해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미납 세금을 자진납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면서 "국민의 출국 자유는 헌법이 기본권으로 보장한 것이므로 그에 대한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A씨가 적법하게 파산 선고와 면책 결정을 받았고 △체납액 국세를 납부할 능력이 없으며 △사업체 폐업 이후 A씨가 5년 동안 단 한 차례만 출국했고 △해외에 특별한 연고도 없어 재산을 도피시킬 만한 동기도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