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장밋빛 미래, 파편화해선 안된다
[데스크 칼럼] 장밋빛 미래, 파편화해선 안된다
  • 신아일보
  • 승인 2019.11.0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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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재 산업부장
 

세계 첫 5세대(G) 이동통신을 상용화한 대한민국은 4차 산업혁명이란 패러다임 안에서 장밋빛 미래생활환경을 제시하느라 바쁘다.

실제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의 딥러닝은 생활 전반에서 편리성을 개선하고, 사물 간 인터넷 연결은 자율주행자동차가 즐비한 도로환경을 그리는 등 눈이 휘둥그레질 세상을 제시하고 있다. 

일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AI스피커와 자율주행차, 유통·물류자동화를 두고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미래 생존경쟁을 시작했다. 

다만, 이러한 생활 인프라가 보편적인 서비스가 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5G 이동통신만 해도 앞으로 전국 단위의 서비스를 제공하기까지 수년에 걸쳐 통신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차는 실제 차량에 대한 소비가 있어야 하고, 사고 시 차량과 운전자간 책임전가를 따져야하는 등 법률적인 조율도 필요하다.

여기에 사물인터넷(IoT)의 보편적 서비스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전력수요를 동반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정부는 최근 디지털정부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6대 과제를 발표했다. 등본부터 신분증명까지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게 골자다.

정부는 이런 혁신을 기반으로 모바일 신분증을 도입하고, 국민이 받을 수 있는 복지를 미리 알려주는 서비스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디지털정부혁신을 위해 마련한 6대 우선과제로 △대국민 서비스 혁신 △공공부문 마이데이터 활성화 △시민참여 플랫폼 고도화 △스마트 업무환경 구현 △클라우드와 디지털서비스 이용 활성화 △개방형 데이터 서비스 생태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국민이 PC와 모바일, AI 스피커로 복지 서비스를 안내받고 신청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고 덧붙였다.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손쉽게 신청할 수 있고, 2022년까지 이러한 서비스를 임신, 육아, 취업·창업 등 10개 분야로 늘리겠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게다가 국민 개개인이 본인의 행정정보를 보유한 기관의 동의 없이도 타 기관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포털’도 구축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스마트폰에 전자증명서를 저장해 사용할 수 있는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고, 안보와 수사 등을 제외한 모든 시스템을 민간형 클라우드의 전환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또한 계획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개인정보 보안에 따른 사회 구성원 간 합의가 뒤따라야 한다.

개인정보의 공개 범위를 확정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보안문제에 대한 정부와 기업, 개인의 책임전가 문제도 풀어야 할 대상으로 떠오른다.

사실 이번 정부가 그리는 이 같은 미래생활환경은 지난 정부에서도 제시됐다. 

앞서 지난 정부는 국가정보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17년까지 ICT의 창의적인 활용으로 활기차고 역동적인 경제, 살기 좋고 걱정 없는 국민생활, 신뢰 속에 상생하는 디지털 풍토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는 국가데이터 기반의 신산업을 육성하고, 국민을 위한 지능형 맞춤 행정 구축과 ICT를 기반으로 한 건강한 국민생활의 보장을 약속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지난 정부와 이번 정부가 제시한 디지털 정책에선 비슷한 내용을 찾을 수 있다. 

가령, 지난 정부는 2016년까지 국가데이터 기반의 신산업을 육성한다는 미명 아래 민간 수요가 높은 공공데이터를 적극 개방하고, 데이터의 체계적 과학적인 활용기반 조성으로 데이터의 효과적인 개방 공유 확대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정부는 국민을 위한 지능형 맞춤 행정 구현하기 위해 생애주기별로 서비스 유형을 세분화해 맞춤형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투명한 행정을 실현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고도화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각각 다른 정부가 국민의 보다 나은 미래생활환경을 구축하겠다고 제시한 정책을 나무랄 수는 없다. 정책을 만들고 이를 실현하는 기관으로써의 정부 역할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책 실현까지 시간이 늦춰지는 이유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 정부에선 부처 간 규제와 진흥을 담당하는 기관이 파편화됐기 때문에 정책 실현까지 지지부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규제와 진흥은 따로 분리하되, 진흥을 독려하는 부처 간 역할을 파편화하면, 정책 실현까진 더딜 수밖에 없다는 게 골자였다.

같은 맥락으로 이번 정부의 디지털정부혁신을 두고 진영 행정안전부장관은 “모든 정부 부처가 부처 간 칸막이를 넘어 국민을 위한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정부혁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처 간 칸막이를 넘겠다는 설명이 자칫 부처 간 역할을 파편화하겠다는 뜻으로 비춰진다. 

정부는 정책을 실현할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면, 디지털정부혁신은 다시 속도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한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