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지사각지대 없앨 수 없나
[사설] 복지사각지대 없앨 수 없나
  • 신아일보
  • 승인 2019.11.0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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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과 똑 닮은 일이 또 발생했다. 성북경찰서는 3일 전날 오후 성북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70대 어머니와 40대 딸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망한지 오래된 듯 시신이 부패한 상황에서 수도공사 관련 문제로 집을 방문한 건물 관계자에 의해 발견됐다. 5년 전 송파에서 일어난 세 모녀 사건과 비슷한 일이 또 발생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세 모녀 사건은 당시 많은 이들에게 이슈가 됐다. 생활고로 인해 모녀가 번개탄을 피워놓고 세상을 등져야 했던 사연이 모두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법안 개정의 목소리가 높아졌으며 결국 그해 겨울 이른바 ‘송파 세 모녀 법’으로 불리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및 긴급복지 지원법 개정안 등의 3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당시 개정된 법안은 송파 세 모녀가 살아있었어도 적용받지 못했을 것이라며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이후 더욱 강력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지만 더 이상의 제도 마련은 없었다.

법 개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시 전국 지자체에서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대책 대놓기가 유행처럼 번진바 있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은 지자체를 벤치마킹하는 사례도 있었으며, TF를 출범시켜 복지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은 계속 되고 있다. 그런데 또 네 식구가 삶을 비관하는 유서만 남긴 채 하늘로 떠난 것이다.

실제로 취약계층이 정부 지원을 받는 일은 쉽지 않다. 공무원들이 정해둔 서류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생사도 확인 안 되는 부모가 서류상으로만 존재해도 자녀들에 대한 지원이 어렵거나, 이혼 소송 중인 한부모 가정 역시 지원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지자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실제로 많은 커뮤니티에는 이를 토로하는 글이 넘쳐난다. 독거어르신만 보호대상은 아닌데 말이다. 서류심사에 적합지 못한 사각지대가 무수히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서류에만 집착하는 탁상행정이 계속되는 동안 수많은 이유들로 신청조차 못해보다가 죽음을 선택하는 안타까운 일이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

경제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인 이 시대를 살면서 배곯아 죽는 이웃을 계속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정치권도 각성해야 한다. 국민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힘을 써도 모자랄 판에 밥그릇 지키기 싸움에만 열 올리는 모습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법 테두리 밖에 있는 취약계층을 위한 제도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신아일보]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