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반컵반·그래놀라바·이천쌀콘 등 판매 확대 가시화
식품·유통업계가 쌀 가공식품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인이 하루에 먹는 쌀밥 섭취량은 50여년 만에 반 토막 이상 줄었지만, 간편함을 쫓는 식문화의 변화와 1인 가구 증가로 가공용 쌀 소비는 오히려 늘어난 까닭이다. 국내 쌀 가공식품시장 규모도 최근 10년 사이에 세 배 가까이 확대되는 등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31일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쌀밥 소비는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하루에 먹는 쌀밥 섭취량은 167.3그램(g)으로 집계됐다.
이는 밥 한 공기(250g)의 67%에 불과하다. 특히 가장 많은 섭취량을 기록한 1970년의 373.7g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1970년 136.4킬로그램(㎏)에서 지난해 61.0㎏으로 75.4㎏나 감소한 셈이다. 이는 쌀 한가마(80㎏) 정도의 양과 비슷하다.
반면, 식음료 제품에 쓰이는 가공용 쌀 소비량은 지난해 75만6000톤(t)으로, 10년 전인 2009년 36만6000t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관련 소비량의 연평균 증가율도 8.5%에 이르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도 국내 쌀 가공식품시장 규모는 2008년 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5조3000억원으로 10년간 2.94배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식품·유통·외식업체들은 쌀 가공식품 시장에서 매출 신장을 가시화하고 있다.
쌀 가공식품의 대표주자로 CJ제일제당의 즉석밥 브랜드 ‘햇반’을 꼽을 수 있다. 1996년 출시된 햇반은 간편함과 뛰어난 밥맛을 무기로 연매출 4000억원이 넘는 히트상품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지난 2015년 ‘원 밀 솔루션(One Meal Solution)’이라는 한 끼 식사 콘셉트의 ‘햇반컵반’도 론칭 이후 가정간편식(HMR)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며, 국내 상온복합밥시장에서 70%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출시 후 4년간 누적 판매량만 1억3000만개에 달하는데, 이는 국민 1명당 최소 3개씩 햇반컵반을 즐긴 셈”이라고 설명했다.
오리온의 경우 국산 쌀을 비롯한 다양한 곡물로 만든 ‘마켓오 네이처 오!그래놀라’와 ‘오!그래놀라바’가 간편대용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풍부한 영양과 간편하게 먹기 좋다는 장점 때문에 지난 9월 농림축산식품부의 ‘초등학교 아침간편식 지원사업’에 선정돼, 11월까지 전국의 8개 초등학교 2230명에게 아침식사로 제공되고 있다.
편의점 체인 이마트24는 경기도 이천 쌀을 주원료로 한 ‘아임이 이천쌀콘’으로 매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마트24의 이천쌀콘은 지난 5월 첫 출시 이후 성수기인 8월까지 3개월 만에 100만개 판매를 돌파하며 밀리언셀러로 등극했다. 이천쌀콘의 인기 덕분에 같은 기간 전체 콘아이스크림 판매수량도 60% 이상 증가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업계에서 드문 쌀 콘셉트의 아이스크림에 명품 쌀을 접목해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커피도 올 초 한정판으로 이천 쌀을 활용한 ‘이천햅쌀라떼’와 ‘이천햅쌀커피프라푸치노’를 선보여 한 달간 75만잔 이상 판매하는 등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두 메뉴는 쌀의 건강함과 든든하다는 이미지 덕분에 특히 직장인들 사이에서 각광 받았는데, 이천햅쌀프라푸치노의 경우 꾸준한 수요 덕분에 현재 상시메뉴로 판매되고 있다.
이 외에 지난 2009년에 출시돼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스타벅스의 라이스칩은 누적 판매만 210만개를 돌파하며 웰빙간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바쁜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간편함을 중요하게 여기는 식문화의 변화와 함께 건강에 대한 소비자 니즈(Needs), 1인가구 증가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쌀 가공식품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