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전문가의 말은 모두 믿어도 될까 
[기자수첩] 금융전문가의 말은 모두 믿어도 될까 
  • 이고운 기자
  • 승인 2019.10.31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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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기자들이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좋은 종목 좀 추천해줘’일 것이다.

많은 정보와 분석력, 예측력으로 무장한 주식 전문가는 아니지만 어깨 넘어 보고 듣는 게 많으니 일반 투자자보다 고급정보를 접할 것이라는 기대에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려니 하고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어느 순간부터 의문이 들었다.

내가 어떤 종목을 추천해 줬을 때 정말 나를 믿고 투자할까. 나를 믿고 투자해서 손실이 나면 어떻게 하지 등과 같은 생각들이었다.

내가 증권사 애널리스트였다면, 투자자들에게 어떤 종목을 어떻게 추천해줄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증권사 리서치 자료 마지막 장 말미에는 이러한 말들이 있다.

“작성일 기준 해당 주식을 1% 이상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의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투자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등과 같은 내용이다.

이 문구들은 애널리스트들이 명확한 자료에 의해 객관적으로 분석한 결과이지만, 투자의 결정과 결과에 대해선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투자는 결국 투자자 책임이라는 대원칙을 감안하더라도 전문가의 책임영역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투자자들은 주식뿐만 아니라 각종 금융상품을 통해 수익을 얻고 싶어 한다. 연이어 터진 DLS·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상환연기 등의 문제는 투자 상품을 추천해준 전문가의 말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됐다.

고수익의 꿈에 부푼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의 위험성은 상상하지도 못한 채 별다른 의심 없이 해당 상품에 투자한 것이다.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와 흔들리는 경제 속에서 앞으로도 투자자들은 고위험 고수익의 상품의 유혹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투자의 최종 결정의 책임은 투자자이다. 하지만 투자자에게 책임의 무게가 실리기 전까지 거치는 과정에서 관련 기관들은 누구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lgw@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