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환율 덕 ‘톡톡’
현대·기아차·환율 덕 ‘톡톡’
  • 오승언기자
  • 승인 2009.03.0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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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高에 日빅3업체 미국 내 판매량 반토막
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고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차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경쟁사인 제너럴 모터스(GM) 등 미국 빅3와 도요타 등 일본 빅3업체들의 미국 내 자동차 판매량이 반토막 난 가운데 현대·기아차는 소형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오히려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과 증권업계는 9일 "최근 급등한 환율도 현대차 선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선전 이유는 고환율과 높은 소형차 생산 비중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2월 미국 시장 점유율은 7.6%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현대차의 시장 점유율은 4.4%, 기아차는 3.2%다.

현대차의 2월 미국 판매량은 총 3만621대로 전년 동기(3만1090대) 대비 1.5% 감소했지만 전월(2만4512대)보다는 24.9% 성장했다.

기아차의 2월 미국 판매량은 총 2만2073대로 전년 동기(2만1988대)보다 0.4% 늘어났으며 전월(2만2096대) 대비 0.1% 감소했다.

반면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미국 빅3업체의 2월 판매량(추정)은 GM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53.1%, 크라이슬러 44.0%, 포드 49.5% 하락했다.

일본 빅3업체인 도요타는 39.8, 닛산 37.1%, 혼다 38.0%가 감소하는 등 모두 두 자릿수의 하락세를 보여 상대적으로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이 우위를 차지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도요타 등 일본차에 비해 현대차가 선전하는 이유로 환율과 소형차 생산비중 등을 꼽았다.

서 애널리스트는 "현대차는 2005년 4월부터 미국 공장을 본격 가동했지만 2008년 미국판매 중 일본 완성차 업체의 현지생산 비중이 62.1%인 것에 반해 현대차는 52.6%에 머물렀다"며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수준이 높은 편인 현대·기아차에 환율 상승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2008년 이후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규모에서 세계 최대일뿐 아니라, 경쟁도 가장 치열하다"며 "따라서 미국에서의 시장 점유율이 증가함과 동시에 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현대차와 기아차에게 매우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2008년 세계시장 판매대수는 278만대로 7% 증가한 반면, 도요타는 2008년 4~12월 609만대로 전년도 동기 대비 7.5% 감소했다.

2009년 1~2월 현대차의 미국 판매는 전년 동기 4.9% 증가한 반면 도요타의 미국 판매는 2008년 11월 이후 전년동월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상승하던 일본 자동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갑작스레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바로 달러 대비 강세인 엔화 때문이라고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2005년 이후 지속되던 엔 대비 달러 환율의 상승세는 2008년 멈춰섰다.

2008년 평균 엔 대비 달러 환율은 전년 대비 12.2% 하락한 103엔이었으며 2008년 11월 이후 지속적으로 100엔대를 밑돌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2008년 평균 원 대비 달러 환율은 전년 대비 18.7% 상승한 1103원을 기록했고 2009년 2월 20일 이후 1500원선을 넘어섰다.

◇환율 급등에 현대차 도요타보다 선전 2006년 12월에는 원 대비 달러 환율이 달러당 900원대로 낮았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미국에 차를 팔아도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얼마 되지 않아 고심하기도 했다.

당시 현대차는 연구개발 단계에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설계가 나와야 한다는 비상대책을 내놨고 부품업체도 생산비용을 1원이라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로부터 2년여의 시간이 흐른 2009년 3월 달러당 환율은 1500원선을 상회하고 있다.

현대차는 환율 급등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반면 도요타 등은 엔고로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경제위기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전체적인 매출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현대·기아차는 세계 10대 자동차 회사 중에서는 현재 판매 하락률이 가장 낮다.

디자인 경쟁력을 키우고 수입차에 뒤지지 않는 성능 확보를 위해 노력한 면도 있지만 환율의 도움도 무시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