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페미니즘, 오해하지 말자
[기자수첩] 페미니즘, 오해하지 말자
  • 이소현 기자
  • 승인 2019.10.2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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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페미니즘 소설을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면서 예매율 1위를 기록함과 동시에 별점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페미니즘이라는 주제가 우리 사회에서 자극적인 소재로 전락한 이유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서 발생한 오해다.

페미니즘이 사회 주류인 남성이 가진 헤게모니를 빼앗아가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뒤처져 있던 여성 인권을 제도권으로 끌어올려 남성과 여성의 존재를 평등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속 지영의 직장동료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자 동기들보다 뒤늦게 승진했고, 지영은 기획팀에 가고 싶었지만 5년 이상 장기프로젝트를 맡을 수 없다고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

82년생 김지영이 인기를 끈 이유는 현실에 존재하는 기울어진 운동장, 유리천장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 여성의 사회 진출을 어렵게 하는 생리학적 원인으로 출산이 있다. 이는 여성의 경력 단절을 일으키고, 사회 재진출을 도태시킨다. 여성의 사회진출 비율이 높아지면서 출산율이 줄어든 것은 제도의 부작용이자 당연한 결과다.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단녀'의 재취업이 쉬워질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자는 것이다.

물론 법과 제도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될 때 바뀔 수 있다. 맞벌이 부부 사이에서 아이에게 급한 일이 생겼다고 가정하면, 엄마와 아빠 중에서 대부분 엄마가 아이를 챙기게 된다. 육아는 엄마가 챙겨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육아휴직이라는 제도를 엄마가 쓰면 당연하지만, 아빠가 쓰면 특별하게 취급받는 사회적 분위기도 결을 같이 한다. 반대로 남성 또한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성적 고정관념에 억압받고 있을 것이다.

모두를 불편하게 하는 성적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것이 페미니즘의 본질이다. 성별, 더 나아가 젠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시대를 만드는 것이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다. 우리 세대는 이런 성적 불평등에서 오는 불편함을 해방할 수 있는 열쇠가 돼야 한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