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영철 "美, 연내 협상에 나서야" 거듭 촉구
北김영철 "美, 연내 협상에 나서야" 거듭 촉구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9.10.2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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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내심과 아량을 오판하지 말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왼쪽). (사진=연합뉴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왼쪽).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미국을 향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워 연말을 무사히 넘기려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경고했다. 

27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이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낸 담화에서 “최근 미국이 우리의 인내심과 아량을 오판하면서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더욱 발광적으로 매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조직으로 북한이 미국 등 미수교국, 남한과 관계개선 등에 활용해온 창구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대미협상에 빠졌던 김 부위원장이 다시 메시지를 낸 게 이례적인 상황으로 눈길을 끈다. 

김 부위원장은 “얼마 전 유엔총회 제74차 회의 1위원회 회의에서 미국 대표는 우리의 자위적 국방력 강화조치를 걸고들면서 미조 대화에 눈을 감고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느니, 북조선이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느니 하는 자극적인 망발을 늘어 놓았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 유엔 제재결의 이행을 집요하게 강박하고 있으며 추종 국가들을 내세워 유엔총회에서 반공화국 결의안들을 통과시키기 위해 각방으로 책동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 전략사령관 지명자가 최근 의회 상원에서 북한을 ‘불량배국가’로 헐뜯었으며 미국 군부가 북한을 겨냥한 핵타격훈련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방송인 미국의소리(VOA)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찰스 리처드 미 전략사령관 지명자가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현재 배치된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 규모가 북한과 같은 불량 국가들의 잠재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들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방어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답했다고 전한 바 있다. 

김 부위원장은 이러한 상황을 들며 "미국이 자신들이 요구하는 ‘새로운 계산법’에 부응하기는커녕 이전보다 더 악랄한 방법으로 고립암살하려 들고 있다"는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5일 스웨덴 스톡홀름 진행된 북미협상이 결렬된 후 북측은 “미국이 우리와의 협상에 실제적인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볼 것을 권고했다”고 전한 바 있다. 

당시 아직 양국 정상의 친분관계가 두텁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으니, 북측이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지나기 전에 미국이 지혜로운 방안을 제시해 3차 북미정상회담을 하기를 기대한다는 속내를 북한이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지혜로운 방안은 북한이 요구한 선 체제보장 등 ‘새로운 계산법’을 의미한다. 

북한은 연말 내 협상 재개를 희망하는 자신의 입장과 달리 미국이 비핵화 협상의지는 보이되 시간끌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 같은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위원장은 “북미관계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관계 덕분이나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라며 “나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벗도 없다는 외교적 명구가 영원한 적은 있어도 영원한 친구는 없다는 격언으로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