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부작용 줄이려면…정책 일관성·주정심 제역할 필요"
"분양가 상한제 부작용 줄이려면…정책 일관성·주정심 제역할 필요"
  • 이소현 기자
  • 승인 2019.10.2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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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우려 '경쟁 과열·공급 축소·기존 집값 상승'
변화무쌍한 규제 따른 불확실성 해소 방안 찾아야
상한제 적용 결정 '심의 과정 정상화'도 선행 돼야
(왼쪽부터)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과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사진=각자 제공)
(왼쪽부터)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과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사진=각자 제공)

계속된 부동산 규제 정책이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를 직접 통제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주택 분양가를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고, 집값을 안정화해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 문턱을 낮춘다는 것이 정부 목표다.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지금 당장 새로운 규제를 가해야한다고 판단했지만, 인위적 시장 통제가 가져올 여러가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주택·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상한제의 '득과 실'은 무엇인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 들어봤다. <편집자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현재 주택 시장에서 실제 작동할 수 있도록 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29일 시행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 후보군은 서울 25개 자치구와 경기도 성남시, 대전 수성구, 세종시 등 전국 31개 투기과열지구다. 이 중에서도 △직전 1년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 2배 초과 △직전 2개월 청약 경쟁률 5대 1 초과 △직전 3개월 주택 거래량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지역이라면 한 가지만 충족해도 규제 대상에 해당된다.

정부는 지난 1일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보완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를 통해 절차상 입주자 모집에 임박한 주택정비사업과 지역주택조합사업에 대해서는 시행령 시행 후 6개월간 적용 유예를 결정했다. 또, 과열된 시·군·구에 상한제를 적용함에 있어 그 안에서도 일부 비과열 지역이 한 그물에 묶여 피해를 보는 상황을 막기 위해 '동별 핀셋 지정'도 예고했다.

현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지만, 많은 주택·부동산 전문가들은 제도 시행에 따른 부작용에도 주목하고 있다. 인위적 분양가 통제에 따른 '로또 청약'과 이로 인한 '청약 과열',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함께 높아지는 '실수요의 내 집 마련 장벽'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주택사업자 입장에서의 사업성 악화에 따른 공급 축소와 이에 따른 집값 상승도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시나리오다.

전문가들은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을 기본으로 하면서 주거정책심의위원회 기능 강화 및 지방 주택시장 활성화 등 여러 측면의 보완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 "청약 과열 우려…효과 예상 어려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긍정적으로 작동한다면 신규 분양가가 낮아지게 될테니 무주택 수요자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내 집 마련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정책 사용자 의도대로 순기능이 반영된다면 시장 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전반적 제반여건에 따라 그럴 수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긍정적이라면 이런 부분이 있다.

부정적인 부분이라면 시장 자체에 싸게 나오는 유망상품이 있다고 하면 청약 과열이나 로또 청약 현상 등이 불거질 소지가 있다.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싸게 분양했던 것들이 주변 시세를 따라가는 패턴을 보여서 실제 가격 안정에 얼마나 영향이 있을 지는 미지수다. 공급자 입장에서 상한제를 진행했을 때 조합 부담은 늘어나고, 사업 수익은 줄어드니 공급이 차질을 빚을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런 식으로 흘러가게 된다면 일시적으로 공급이 줄어들거나 도심에 계획된 정비사업이 지지부진해지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심리적으로 정부가 '규제를 계속 할 거다'라는 신호를 주고 과열된 투자심리를 압박하려는 정책에 가까운데, 얼마나 강력하게 쓰일지는 지정이 돼 봐야 안다. 긍정적 효과도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

미분양이나 입주 빈집 등 양극화된 부동산 경기 부진을 겪고 있는 지방에서는 직접 타깃 지역이 아니더라도 간접적인 영향이 발현될 소지는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나오고 있는데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과열된 지역을 압박하는 정책이 나온다면 경기가 좋지 않은 곳이 심리적으로 더 부담을 받을 수 있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 "실수요도 못 사…한다면 뚝심 있게"

부정적인 것은 분양가 상한제라는 게 규제 정책이라는 점이다. 이게 성공하려면 시장 주변 상황이 안정적일 때 해야 한다. 집값이 막 올라갈 때 쓰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못 오르게 유지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데, 단순히 규제 수단으로 사용하다보니 이렇게 된 거다. 예를 들어, 주변 아파트 시세가 10억원인데 새 아파트를 짓는데 인위적으로 8억원으로 낮추면 당연히 당첨되는 사람만 로또인거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우리가 10억원을 받아야 수익도 나고 추가분담금도 내고 하는데, 못 하게 하면 앞으로 추진하는 단지들 같은 경우는 결국 공급을 줄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장기적 공급도 줄어든다. 당첨된 사람만 로또가 되는데, 경쟁률이 높아지면 실수요자도 당첨 기회가 결국 줄어든다. 집이 정말 필요한 사람이 못 사게 되는 것이 부작용이다.

서울 집값이 많이 오른 이유 중 하나가 지난 2016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후다. 당시에 개포주공2단지가 고분양가를 내놓고 시장에서 먹히니까 다시 오르기 시작한 거다. 다음 분양 단지는 이에 따라서 자꾸 오르고 강남이 오르니 마포, 흑석도 오르고 다 오르는 거다. 그때 규제를 안 풀었어야 한다. 지금은 부작용이 있더라도 어차피 추진한다면 뚝심 있게 밀어부치는 게 좋다. 불필요한 정책은 다 날리고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정책을 구분해야 한다. 주택시장은 심리다. 이성적인 환경이 아니다. 비정상을 정상적인 시장으로 만들려면 지금은 백약이 무효다.

지금 부작용은 어쩔 수 없다. 주변 가격이 오르고 투자 심리가 살아있기 때문에 로또가 될 수 밖에 없고 지금 정책을 취소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주택자를 규제하니까 투자자들이 지방을 버리고 서울에 똘똘한 한 채를 사는 것처럼 시장은 계속 변한다. 정부에서 조급히 규제를 많이 쏟아내다보니 집값이 이런 심리에 따라서 자꾸 오른 것도 있다.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길게 보고 시장을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택정책은 다음 정부, 그 다음 정부까지 일관성있게 가야 한다. 시장 왜곡은 가만히 두면 어느 정도는 자전적으로 돌아가는 부분이 있다. 큰 틀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고 3주택 이상자에게 중과세나 전매 제한 정도만 규제하면 되는데 규제가 너무 많다. 규제가 많은 상황에서 다시 규제를 풀어주면 또 투자심리가 작용해 가격이 상승한다. 결국 주택 정책은 진영의 논리가 아니라 경제의 논리로 봐야 하고, 성숙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서울에서 임대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임대아파트를 10만~20만 세대 정도 지어서 30세 이상 신혼부부 등이 자격요건과 소득요건 상관 없이 들어가서 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주거 문제가 해결되면 결혼도 늘고, 출산율도 늘고, 부모 세대도 애들 집 때문에 노후 보장을 못 하는데 여기에서 자유로워지면 소득도 해결 되고, 내수 경제도 좋아질 수 있다. 자산은 수십억원대인데 당장 축의금 낼 돈도 없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가 부동산이 부동산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 "안정화 영향 미미…주정심 제도 보완 필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은 일시적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의 안정을 유도할 수 있지만, 일반 아파트에 미치는 안정화 영향이 크지 않다. 보다 구체적으로, 일반 아파트 가격이 분양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분양 가격 상한제에 따른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보다 3배 정도 더 크게 나타난다. 즉, 분양가 상한제로 일반 아파트 가격의 안정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측면이 미미해 오히려 일반 아파트의 수요와 공급적 측면에서 정책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시적으로 재건축 아파트 가격 하락이 있은 후에는 다시 가격은 시세로 회귀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 실시 이전까지 분양물량의 집중현상을 가져올 수 있고 이는 전형적인 주택공급의 변동성을 증폭시켜 향후 주택시장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분양가 상한제 실시 시점부터 기존 아파트 중에서 새로 이미 건설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면서 가격 상승이 집중될 수 있다. 또, 실시 이후 공급물량이 일시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기존 HUG(주택도시보증공사)를 통한 분양가 상한제의 규제를 보다 정교화하고, 정부와 민간으로 구성된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정상적 기능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또, 민간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위원의 자문을 법적 취지에 맞게 운영하면서 실질적인 정책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공급 줄고 역차별 문제도…불확실성 빨리 해소해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 받을 수밖에 없는 단지들은 분양사업을 추진할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사업 비용구조가 나오기 어려워서 공급이 지연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가격 낮춤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비사업으로 인해 나오는 물량이 적어져 가격이 오르는 매커니즘이 나타난다. 또, 정말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전부 다 시행한다고 하면 이런 부분이 오히려 강남과 강북 역차별이나 적용 기준 문제를 만들 수 있다.

정부나 민간 차원에서 취할 조치를 말하기에는 아직 어렵다.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됐을 때 이런 문제가 있을 거라는 얘기는 많이 나왔고, 정부가 보완책까지 이미 내놓은 상황이다. (아직은)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무언가 보완하고 조치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단,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는 됐지만 마무리가 안 됐다. 어디가 지정될 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있어서 이 부분을 매듭 지어주는게 시장에는 도움이 될 거다. 국토교통부 입장에서는 이것을 시행하겠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어느 지역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있어야 정리가 될 것이다.

적용이 안 되는 단지들도 있잖나. 내년 4월까지 유예된 지역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것이다. 이것을 피해갈 거냐 그렇지 않을 거냐에 대한 고민을 하는 단지들도 결정을 내려야 할 거다. 또, 조합이나 기업 입장에서는 일반 분양분에 대해서 분양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지만, 적정 가격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 최고의 아파트를 추구하면서 분양가를 경신하고 있는 것도 문제는 문제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