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사업'이 물거품 위기에 몰렸다. 23일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시설을 현지지도 하며 "금강산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라"며 철거할 것을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금강산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서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여 년간 방치됐다"고 강조했다.
이는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기의 정책을 비판한 것이어서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풀이된다. 정부가 후속 대응을 고심하고 있지만 북한이 일방적으로 철거한다면 사실상 속수무책인 셈이다.
김 위원장이 "남녘 동포들이 금강산에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하겠다"며 향후 금강산 관광사업 희망적인 발전 가능성도 내비쳐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
앞으로 문이 닫힐 수도 있는 금강산관광은 현대그룹 창업주 故 정주영 명예회장이‘통일 소’끌고 방북하면서 물꼬를 텄다. 김정일 위원장이 현대그룹과 함께 추진한 대표적인 남북 경협사업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금강산관광은 남북 분단의 반 세기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사건으로, 1998년 처음에는 유람선을 타고 장전항까지 가서 금강산 관광하고, 밤에는 유람선으로 돌아와 숙박하면서 4박 5일간 진행됐다. 그러다 2003년 9월부터는 해상에 이어 버스와 승용차를 이용한 육로관광까지 확대됐다. 2005년 관광객이 100만명 돌파했으며, 2008년 7월까지 195만명이나 방문했다.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의 피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강산 관광이 잠정 중단됐지만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행사로 여겨졌다. 더불어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여망을 한껏 부풀어 오르게 했다.
앞서 지난 21일에는 강원지역 민간과 사회단체들이 주축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범도민운동본부를 공식 출범하고 1,000만인 서명운동에 나선 가운데 금강산 남측시설 철거라는 초강수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렸던 금강산 관광이 막힌다면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남북 대화의 단절을 의미해 걱정이 앞선다.
이런 식이라면 최소한의 개혁과 개방도 없는 지구상 최악의 독재국가란 오명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생각한다면 시설을 새로 건설하겠다는 것은 금강산 관광사업을 강제몰수 한 것이고 개성공단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런 상황으로까지 치닫는다면 지난 2월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악화일로인 남북관계는 더욱 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우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를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일방적 철수가 아니라 ‘남측과의 합의’를 전제로 달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될 여지는 남아있다.
금강산관광 사업은 민족적 염원이 담긴 남북교류 희망의 불씨로 반드시 되살려야 한다.
[신아일보]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