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시찰서 남측 시설 철거 지시… 남북경협 빨간불
靑 "명확히 분석 먼저"… 북한 자극 자제하며 '신중모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에 설치된 남측 시설의 철거를 지시했다고 23일 북한 매체가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경제·문화·인적교류 확대 등 한반도 평화와 경제협력이 선순환하는 평화경제 기반 구축에도 힘쓰겠다"며 "북한의 밝은 미래도 그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다"고 말한지 하루 만이다.
이 같은 북한의 초강수에 향후 남북 경협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금강산관광지구 시찰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되었다"고 남측과의 협력을 통한 금강산관광을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남측과의 실질적인 관계 개선이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한다"는 지난해 9월 문 대통령과의 평양 공동선언 합의와는 반대된다.
김 위원장이 남북경협에 거부감을 드러낸 만큼 남북관계에 장기적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문 대통령이 전날 '평화경제'를 강조하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지 하루 만에 나온 반응이다.
다만 이에 대해 청와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단은 (북한이)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 향후 계획이 어떤지 명확히 분석하는 게 먼저"라며 "협의할 수 있는 부분은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을 요청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어떤 분야에서 어떤 식의 협의가 있을지 당장 답하기 이르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 협의로 막혀 있는 남북 간 소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부인하지 않겠다"면서도 "부인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렇다'라고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통일부 역시 이상민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북측의 의도와 구체적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며 "일단 지금으로서는 언론매체 통해 보도된 것이기 때문에 의도와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변인은 또 "북측이 요청을 할 경우에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남북합의 정신, 금강산관광 재개와 활성화 차원에서 언제든지 협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최종 결렬된 상황은 아닌 만큼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의도 파악에 신중을 기하며 최대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한편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일말의 '대화 여지'를 내비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라는 대목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철거하겠다는 의미가 아닌, 남측과의 협의를 통할 것이라는 의지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만간 북측이 남북 간 실무회담 또는 사업자인 현대아산과의 협의를 제안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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