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독자개발로 선회' 초강수… 남북경협 비상
北, 협력 기류 방향 트나… 협의 계기 될 가능성도
남북협력의 상징으로 꼽히는 금강산관광 사업의 '휴업'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업을 '잘못된 일'로 규정,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하면서 사업은 물론 남북관계 개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3일 조선중앙통신 등은 김 위원장이 금강산관광을 추진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의 '대남의존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 되었다"며 관광지구를 '우리식으로' 새로 건설할 것을 지시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지시는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남한과 실질적인 관계 개선이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당초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금강산 산업은 2008년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목숨을 잃으면서 전격 중단됐었다.
그러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우선 정상화"에 합의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관광 20주년을 기념한 남북공동행사가 열리면서 재개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대북 제재에 발목이 잡혔다. 유엔 제재가 계속 유지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이 될 수 있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남측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은 어려웠던 것이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북미 관계가 냉각되면서 남측도 남북관계 개선도 미적지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북한은 강력히 불만을 표현해왔다. 연일 북한 선전매체들은 남측이 '외세의존정책'을 중단하고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김 위원장은 이날 대남 협력 대신 자체적으로 관광사업 등 각종 경제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이는 경색된 남북 관계의 화해 기조의 '보루' 역할을 해 온 평양공동선언을 사실상 번복한 발언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지난해 시작된 대남 협력 기류에서 방향을 틀겠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나아가 이번 발언이 남북 경제협력 자체에 대한 북한의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인도적 차원의 독감(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 지원이 대북제재로 물거품 되고,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면서 문재인 정부를 향한 김 위원장의 '배신감'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이럴 경우 남북관계에는 장기적 파장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남북 경협을 비핵화 진전 지렛대로 삼으면서 선순환을 꾀하려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철거를 지시한 만큼 남측과의 협의 필요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금강산 사업 성과를 위해서는 우리의 전향적 입장 전환을 압박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정부는 우선 김 위원장 발언을 토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 파악에 집중하는 한편 후속 대응을 고심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보도 내용을 면밀히 읽어보면 북한 측이 일방적으로 시설을 철거하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며 비관적 전망을 자제하고 있다.
주사업자인 현대그룹도 당황스럽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관계의 불확실성은 그동안 계속돼온 데다 금강산관광도 이미 11년째 중단 상태이기 때문에 당장 큰 변화는 없다는 판단이다.
현대아산은 이날 "금강산관광 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보도에 당황스럽다"면서 "차분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짧은 입장문을 내놨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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