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하라”… 의존정책 비판 
김정은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하라”… 의존정책 비판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9.10.2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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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우리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정권의 대남의존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금강산 남측 시설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2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금강산 일대 관광시설을 현지지도하고 고성항과 해금강 호텔, 문화회관, 금강산 호텔 금강산옥류관 등 남측에서 건설한 시설들을 돌아보고 이같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금강산관광은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당시 집권 시절 남측의 현대그룹과 함께 추진한 남북 경제협력사업이다. 사업 추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으로 가능했다. 

김 위원장은 아버지가 한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들 시설에 대해 “민족성이라는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관리가 되지 않아 남루하기 그지없다”, “자연경관에 손해다” 등 표현으로 비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하여 금강산이 10여년간 방치되어 흠이 남았다고, 땅이 아깝다고,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직접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한 만큼 북측이 이를 실행하기 위한 남북간 당국간 실무회담 또는 사업자인 현대아산과 협의를 열자고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남측이 지난해 남북정상의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금강산관광 재개를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현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측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의 우선 정상화’에 합의한 이후 남측에 ‘미국 눈치 보지 말라’며 조건 없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촉구해온 바 있다. 그러나 남측이 대북제재 등 이유로 재개에 나서지 않자 크게 실망하고 남측 시설 철거라는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금 금강산이 마치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북남관계의 상징, 축도처럼 되어 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또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지만 우리의 명산인 금강산에 대한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우리 사람들이 공통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금강산관광지구총개발계획을 새로 수립하고 고성항해안관광지구, 비로봉등산관광지구, 해금강해안공원지구, 체육문화지구 등으로 구성된 관광지구를 3~4단계 별로 건설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