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시정연설서 "다양한 의견 속 국민 뜻은 검찰개혁"
공수처·수사권 조정 호소… 한국당 '야유·고성'으로 화답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어떠한 권력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는 없다"면서 검찰개혁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국민의 뜻이 하나로 수렴하는 부분은 검찰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싸고 국민은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로 나뉘어 갈등했지만, 모두 '검찰개혁'에서만큼은 의견일치를 보였다는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엄정하면서도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위해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이른바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공정 사회를 열망하는 국민 목소리를 수용해 남은 2년 반의 집권 후반기에는 검찰개혁 등을 강력하게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개혁을 공정사회 실현의 해법의 일부로 제시한 것으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정부는 법 개정 없이 정부가 할 수 있는 검찰 개혁방안을 국민께 이미 보고드렸다"며 "심야조사와 부당한 별건수사 금지 등을 포함한 '인권보호 수사규칙'과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도 10월 안에 제정하겠다"고 말했다.
또 "검찰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감찰과 공평한 인사 등 검찰이 더 이상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며 "국민들뿐 아니라 대다수 검사들도 바라마지 않는 검찰의 모습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는 지금까지의 검찰을 '무소불위 권력'을 가진 집단으로 규정한 셈이다.
동시에 검찰이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탈바꿈할 때까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입법 권한을 쥔 국회도 공수처법과 수사권 조정법안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도 검찰 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주시기 바란다"며 "'공수처법'과 '수사권 조정법안' 등 검찰 개혁과 관련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의 필요성에 대해 이견도 있지만 검찰 내부의 비리에 대해 지난날처럼 검찰이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권력형 비리에 대한 특별사정 기구로서의 의미가 매우 크다"며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 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검찰에 대한 깊은 불신을 보여주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수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나온 언급이었지만 역할을 방기했던 검찰에 대한 강한 질타로 읽힌다.
한편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 관련 연설을 하는 동안 한국당 의석에서는 큰 야유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손으로 'X'(엑스)자를 만들어 문 대통령에게 반대의 뜻을 표시했고, 손으로 귀를 막기도 했다.
국회 협조를 당부하는 연설에서 몇몇 의원들은 "야당을 우습게 안다", "협치를 해라"고 고성을 내기도 했다.
중간중간 한국당의 야유를 들은 문 대통령은 특별한 동요 없이 오히려 몸을 더 야당쪽으로 돌려 연설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 종료 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당 의석을 먼저 찾았다.
다만 대다수 한국당 의원들이 연설 종료 직후 자리를 떠 문 대통령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강석호·김성태·김세연·김현아·이주영·홍문표 의원 등과만 악수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