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연설 앞서 국회의장단·여야지도부 등과 사전환담
황교안 "조국 사퇴 잘 하신 것 같다… 노력 필요할 듯"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만나 "지금 경제활력, 민생을 살리는 것이 가장 절박한 과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갖기 앞서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국회의장단과 5당 대표·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5부 요인과 환담을 한 자리에서 이 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제가 2017년 (정부) 출범 직후에 일자리 추경을 비롯해 20대 국회에 예산안을 설명하기 위해 시정연설을 하는 것이 이번이 4번째"라며 "국회 예산 심의에 도움이 많이 됐으면 싶다"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정부 부처가 노력해야겠지만 국회도 예산안으로, 그래도 법안으로 뒷받침 많이 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의장을 향해서는 "이번에 국제의원연맹 총회에 다녀오셔서 인근 나라들도 순방하신 것 같은데 이야기 좀 들려달라"고 말을 건넸다.
이에 문 의장은 "우리의 국격이나 위상이 전에 없이 많은 기대와 부러움과 배우려는 의지가 곳곳에서 보인다"며 "이번에 갔던 세 나라는 우리와 외침받은 역사, 자신의 독특한 문자와 언어 가지고 있다는 점, 부모를 공경하고 가정의 화합을 강조하는 문화를 갖고 있어서 서양이지만 동양인 사람들"이라고 순방 소감을 전했다.
문 의장은 또 "남북문제만 잘 된다면 민족이 한번 도약할 수 있는 천재일우(千載一遇·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기회)가 오는 것도 같은데, 그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그래도 대통령이 모든 정치의 중심이니 의회에서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뜻을 한데 모으는데 중심에 서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자리에는 '조국 사태'를 거치며 정부여당과 각을 세우고 있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도 참석했다.
황 대표는 조 전 장관을 언급했다. 그는 "그런 바람과 관련해서 조국 장관이 사퇴하게 해주신 그 부분은 아주 잘하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조 장관 임명한 일로 인해 국민들의 마음이 굉장히 분노라든가 화가 많이 나셨던 거 같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대통령께서도 직접 국민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시는 노력들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는 조국 사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촉구하는 의미로 읽힌다.
이에 문 대통령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대신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법원을 개혁하는 법도 좀 계류가 돼 있지 않나. 협력을 구하는 말씀을 해달라"고 했다.
이에 김 대법원장은 "정기국회 내에 법원 개정안 등이 처리되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에 대한 야당 지도부의 발언이 이어졌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눠진 국론 분열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열린 마음으로, 광화문의 목소리를 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소속 이주영 국회부의장도 "평소에 야당에서 나오는 목소리 많이 귀담아 주시면 더 대통령 인기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런데 뭐 워낙 전천후로 비난들을 하셔서"라며 웃음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환담에는 대통령과 국회의장·부의장, 5당 대표, 3당 원내대표, 대법원장 외에도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최재형 감사원장,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