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인기 끄는 '단종제품'…식품·외식업계 재출시 경쟁
불황에 인기 끄는 '단종제품'…식품·외식업계 재출시 경쟁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10.21 14: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자 재출시 요구에 치킨팝·오징어버거·맥치킨 등 판매
뉴트로 감성 앞세워 밀레니얼 세대 호응…회사 매출도 기여
경기침체 지속 탓 신제품 개발 '모험' 꺼리는 고민도 엿보여
SNS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롯데리아의 오징어버거.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SNS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롯데리아의 오징어버거.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식품·외식업계가 단종된 제품을 재출시해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뉴트로(Newtro, 새로움과 복고를 합친 신조어)’ 감성을 앞세워 기성세대는 물론 2030 밀레니얼 세대(1980년 초반~2000년 사이 태어난 신세대) 입맛까지 공략하는 ‘일거양득’ 효과를 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는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과 맞물려 신제품 개발을 꺼리는 업계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소비자의 재출시 요구로 단종 제품의 맛과 디자인 등을 개선해 시장에 내놓은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기대 이상의 반응으로 회사 매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식품업계의 경우 오리온의 ‘치킨팝’을 꼽을 수 있다. 치킨팝은 3년 전 생산라인 화재로 인해 판매가 부득이하게 중단된 제품이다. 당시에는 닭강정의 매콤달콤한 맛과 팝콘 사이즈의 한 입 크기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치킨팝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소비자의 재출시 요청이 꾸준히 이어져, 오리온은 지난 2월 기존 제품보다 양을 10% 늘려 다시금 판매했다. 햄버거·치킨 프랜차이즈 ‘맘스터치’와 손잡고 ‘치킨팝 땡초찜닭맛’ 등 종류도 새롭게 추가했다. 가격은 큰 부담 없는 1000원으로 책정했다.

재출시 이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1020 소비자에게 ‘가성비 스낵’으로 팬덤이 형성되면서 8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000만봉을 돌파할 만큼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현재 치킨팝의 월 매출은 단종 이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며 “젊은층에게 재미와 가성비를 만족시킨 점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재출시 8개월 만에 누적판매 2000만개를 돌파한 오리온 '치킨팝' (제공=오리온)
재출시 8개월 만에 누적판매 2000만개를 돌파한 오리온 '치킨팝' (제공=오리온)

외식업계에서는 재출시 20일 만에 250만개 이상 팔린 롯데리아의 ‘오징어버거’의 반응이 좋다. 다시 돌아온 오징어버거는 롯데리아가 창립 40주년 기념으로 진행한 ‘레전드버거’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덕분에 지난달 재출시됐다.

오징어버거는 10여 년 전인 2008년 출시돼 단종됐는데, 이번 재출시를 통해 기존 제품보다 오징어살 패티를 증량하고 매운 맛을 강화했다. 또, 당시 ‘니들이 게맛을 알아’로 알려진 배우 신구를 17년 만에 다시 모델로 기용했다.

오징어버거는 출시되자마자 SNS에서 수천개의 시식후기가 잇따르면서 일평균 10만개 이상 ‘불티나게’ 팔리면서 롯데리아의 효자상품으로 단시간에 자리매김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소비자가 직접 투표한 결과를 적극 반영한 점이 주효했다”며 “11월에는 역시 단종됐던 라이스버거를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해 재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최근 롯데제과는 단종 1년9개월 만에 디저트 케이크 과자류 ‘갸또’를 새롭게 선보였고, 웅진식품은 ‘가을대추’ 음료를 1995년 레트로 패키지 버전으로 다시 내놓았다. 맥도날드도 단골 소비자층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맥치킨’ 버거를 맛과 패티를 더욱 강화해 세가지 버전(오리지널·모짜렐라·치즈머핀)으로 재출시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하루에도 많은 양의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지속된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많이 죽고 업체 간 경쟁도 워낙 치열해 금방 묻히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그러다보니 내부적으로 신제품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안정적인 매출에 도움을 줬던 인기제품을 리뉴얼하는 사례가 요즘 들어 잦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신제품 개발에는 리스크가 따를 수밖에 없다”며 “불황에는 모험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업계 특성상 당분간 이런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