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관계 회복과 유니클로 역할
[사설] 한일관계 회복과 유니클로 역할
  • 신아일보
  • 승인 2019.10.2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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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의 22일부터 2박3일 간의 일본방문은 냉각된 한일관계를 풀어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일왕즉위식 참석과 아베 총리와의 짧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당장의 경제분야 문제를 해소하고, 지소미아 등 안보 주제도 대화 주제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사실 한일 양국의 경제협력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양국은 이미 반도체 제조의 중화학수출산업과 관광산업에까지 큰 타격을 입었다. 최근 글로벌경제 침체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수출에 큰 의존을 하고 있는 양국의 관계개선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안이다. 

일본 역시 대표적인 지일파인 이 총리의 방문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 정부가 공격카드로 썼던 반도체 소재와 주요 장비분야에서 한국이 ‘탈(脫)일본’을 내세우며 국산화 등에서 성과를 나타내자 일본은 적지 않은 당혹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이 총리의 이번 방일은 3개월 전 양국 실무진이 창고 같은 곳에서 대화도 제대로 나누지 않던 상황과 비교하면 상당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도 구조적인 기술격차와 안보 위협 등이 중장기적으로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한일 협력관계 회복을 마냥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지난 주 큰 이슈가 됐던 유니클로의 광고가 우리의 아픈 상처를 다시 건드린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해명 그대로 글로벌 대상 광고이고, 할머니 모델의 80년 전 젊은 시절을 의미하는 설명자막은 오해라고 볼 수도 있다. 다른 기업의 광고라면 그런 비난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니클로 자체가 대표적인 반일운동대상기업 중 하나였던 만큼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 양국 관계에서 특정 기업의 활동에 대해 시시콜콜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사실관계나 억울한 오해라고 주장만 하는 것보다는 광고가 한국 국민의 정서를 헤아리지 못한 점을 분명히 사과하고 향후 기업 활동에서도 진심을 담은 활동을 약속해야 한다. 

한일관계 전문가인 호소카 유지 교수는 유니클로가 오해를 부른 광고를 내리고 한국인의 마음을 위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니클로는 광고를 내린 것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이런 조언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이렇게 유니클로가 다시 한국인의 마음을 얻는 과정은 꼬일 대로 꼬인 한일 양국의 과거사와 미래를 해결하는 데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 한일 갈등은 단순히 정부와 정치인들만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기보다는 양심과 의식이 있는 양국의 지식인 그리고 민간 기업과 미래 세대들의 노력이 더해져야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결실로 이어질 수 있다.

[신아일보]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