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3구역 수주전①] 최고 입지·최대 사업 '자존심 건 시공권 경쟁'
[한남3구역 수주전①] 최고 입지·최대 사업 '자존심 건 시공권 경쟁'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9.10.2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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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교통 여건 자랑…'교육·지형'은 극복 요소
입찰 다음 날 오후 현지 부동산에 홍보요원들 출현
특정 건설사로 조합 여론 몰리는 분위기 아직 없어
지난 19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한남역에서 바라본 한남3구역 모습. (사진=천동환 기자)
지난 19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한남역에서 바라본 한남3구역 모습. (사진=천동환 기자)

남산과 한강 사이 서울의 대표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명당에 5800여세대 대규모 공동주택단지가 들어선다. 공사비만 1조9000억원에 육박하고, 총사업비가 7조원으로 추정되는 역대 최대 규모 주택재개발사업이다. 이 사업 시공권을 차지하기 위해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2·3·4위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GS건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남3구역 대전(大戰)'의 막이 오른 것이다. 대격전을 앞둔 한남3구역 현지 분위기를 직접 살펴보고, 각 건설사의 수주 전략과 가능성을 진단해봤다. <편집자주>

◇ 서울 어디든 편리한 '지하철·도로'

한남 제3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19일 낮 12시50분.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용산구 한남동으로 차를 몰았다.

서대문구청에서 한남동까지는 막히지 않을 경우 차로 30분 정도가 걸리지만, 토요일 오후 서울시내 교통은 답답했다. 주말 나들이객에 도심 곳곳 집회까지 더해져 기어가다시피 남산3호터널에 도달했다. 터널을 통과하면서부터는 이동이 한결 수월해져 한남동 도깨비시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총 1시간이 넘게 걸렸다.

한남동의 지형적 특징은 가파르고 좁은 골목길로 요약할 수 있다. 산을 오르는 듯한 느낌으로 좁은 골목길을 따라 이동하면서 몇 번이나 마주 오던 차와 길 비켜주기를 주고받은 끝에 마을 고지 도깨비시장에 차를 댔다.

저층 주택과 상가가 빼곡히 들어선 이 동네는 차로 이동해도 불편하고, 걸어서 이동해도 쉽지 않다. 현재 상태에서는 젊은 층은 물론 노인이나 어린이가 살기에는 더욱 적합하지 않아 보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며 가며 마주치는 주민들 중에는 노인이 많았다. 오래된 마을인 만큼 이곳에서 오랜 세월 살아온 이들이 많다는 방증이었다.

이렇듯 열악한 지형과 낡은 주택·상가들은 이 지역에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줬다.

가파른 경사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남으로 흐르는 한강과 북으로 우뚝 선 남산은 주민들에게 빼어난 경관을 선사하고 있었다. 이런 경관 요소는 이곳이 최고의 아파트 입지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성인 2명이 나란히 걸으면 꽉 찰 정도로 좁은 한남3구역의 골목길. (사진=천동환 기자)
성인 2명이 나란히 걸으면 꽉 찰 정도로 좁은 한남3구역의 골목길. (사진=천동환 기자)
5분만 걸어도 땀이 날 정도로 가파른 한남3구역의 경사지. (사진=천동환 기자)
5분만 걸어도 땀이 날 정도로 가파른 한남3구역의 경사지. (사진=천동환 기자)

다시 차를 몰아 한남동 주변을 한 바퀴 돌아봤다. 교통은 나무랄 데 없어 보였다. 북서쪽으로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이 접해있고, 남서쪽으로 경의중앙선 한남역이 있다. 남쪽으로는 공항버스 정류장이 있어 인천공항을 이용하기도 편리하다. 위치 자체가 서울 중심부인 데다 강변북로와 한남대교, 남산터널 등을 통해 도심은 물론, 서울 동서남북 어디든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 여건을 갖추고 있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한남3구역은 서울 중심에 위치한 강북권 노른자땅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북쪽으로는 남산이 자리 잡고 있고 남쪽 한강조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나인원, 한남더힐 초고가 아파트에 인접해 있어 부촌이라는 이미지의 지역적 브랜드를 갖고 있다"면서 "다양한 간선도로와 경의중앙선, 1·4·6호선 등 철도망을 갖춘 데다 신분당선 연장사업도 있어 교통망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뛰어난 교통 여건과 조망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부족한 교육 인프라와 경사지형 등은 한남3구역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송 대표는 "한남동이 부촌 이미지는 강하지만 강남과 비교하면 교육 시설과 고용 규모가 적어 대형 평수를 활용한 고급화 전략이 아니면 강남 지역을 뛰어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사도가 있어 건물 형태와 배치에 어려움이 있고 경관상 성수동과 같은 초고층 조망은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한남3구역 남쪽으로 보이는 한강과 강변북로 조망. (사진=천동환 기자)
한남3구역 남쪽으로 보이는 한강과 강변북로 조망. (사진=천동환 기자)
한남3구역 북쪽으로 보이는 남산 조망. (사진=천동환 기자)
한남3구역 북쪽으로 보이는 남산 조망. (사진=천동환 기자)
한남3구역 동쪽 조망. (사진=천동환 기자)
한남3구역 동쪽 조망. (사진=천동환 기자)

◇ 폭풍전야 속 입찰사 눈치싸움 시작

이번에는 한남역 인근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서 한남3구역 골목 골목을 다녀봤다. 주차장에서 출발한 시간은 오후 2시40분. 동네는 조용하고 평온해 보였다.

일각에서는 '진흙탕 싸움'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과열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역대 최대 주택재개발사업지 치고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상대 건설사를 비방하는 인쇄물이 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이날 기자가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한참을 걷다가 우연히 시공사 선정 관련 위법행위를 단속 중인 조합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2인 1조로 단속 중이던 그들은 목에 '행정위반 단속'이라고 적힌 표지를 걸고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에게 수주전과 관련한 현장 분위기를 묻자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고 답했다.

이 조합 관계자는 "입찰 마감을 하고 다행히 아직까지는 특별한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며 "이전부터 구청에서 위법행위를 단속해왔고, 조합에서도 현장을 돌며 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후 한남3구역 일대에서 행정위반 행위를 단속 중인 조합 관계자들. (사진=천동환 기자)
지난 19일 오후 한남3구역 일대에서 행정위반 행위를 단속 중인 조합 관계자들. (사진=천동환 기자)

오후 4시쯤 다시 한남역 인근으로 내려와 주변 공인중개사사무소의 동향을 살폈다. 간간히 사람들이 들락날락 하기는 했지만 차분한 모습이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유리창에 대림산업 '아크로 한남 카운티' 조감도가 담긴 홍보물이 붙었다. 사무소 안에서는 대림산업 관계자로 보이는 이들과 부동산 관계자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시공권 수주를 위한 건설사의 본격적인 홍보전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수 십 분 사이 대림산업 홍보물이 선점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유리벽을 기다렸다는 듯이 현대건설과 GS건설 홍보물이 나란히 채웠다.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각 건설사 홍보요원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며 바쁘게 주변 부동산들을 찾아가 홍보물 부착을 요청하고, 부착된 홍보물을 사진으로 남겼다.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부착된 홍보물을 촬영 중인 기자에게 다가와 "저희 부동산 사진은 찍지 말아 달라"며 "요즘 단속도 한다던데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로라하는 건설 3사가 참여한 한남3구역 시공권 수주전에서 특정 건설사로 조합원 여론이 몰리는지는 이날 확인할 수 없었다.

각 입찰사를 바라보는 조합원들의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며 "시공사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인근 B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홍보를 요청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게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어떤 시공사 쪽으로 조합원 여론이 흐르는 분위기는 아직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남3구역 조합은 다음 달 28일 시공사 합동 설명회에 이어 오는 12월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지난 19일 오후 4시쯤부터 한남3구역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부착된 (위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대림산업과 현대건설, GS건설 홍보물. (사진=천동환 기자)
지난 19일 오후 4시쯤부터 한남3구역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부착된 (위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대림산업과 현대건설, GS건설 홍보물. (사진=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